김기남 부회장 “반도체 업황 개선 사인 보인다” 첫 언급
올해 실적 지속적으로 개선…영업익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난 30조원 후반대
지난해 영업익 2018년 대비 반토막…2분기 연속 영업익 7조원대 유지는 실적 바닥 신호 해석
[헤럴드경제 정순식·천예선·박혜림 기자] 삼성전자가 불황의 긴 터널의 끝자락에 섰다. 삼성전자는 2018년 대비 반토막이 난 영업이익의 지난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2020년은 기대감이 충만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서 비롯된 불확실성이 미약하나마 해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도체 수요가 올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에 따른 대대적인 서버 투자 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메모리 수요와 가격의 강세가 점쳐지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또한 올해 메모리반도체 시황 개선의 시그널이 보인다고 했다.
▶ 반도체 경기 개선 시그널 뚜렷…1분기가 저점=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지났다는 확신이 힘을 얻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1위 기업의 수장인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언급한 점은 상당히 의미 있는 발언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본지 기자와 단독으로 만난 자리에서 올해 반도체 시황 개선 전망에 대해 “사인은 그렇게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증권가와 반도체업계에서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상승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이란 전망은 많았지만, 삼성전자 CEO의 입으로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부회장이 메모리 반도체 시황 개선 판단을 내린 데는 경기 전반을 억누르던 글로벌 불확실성의 개선과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증가 등이 꼽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1단계 합의에 이르며 글로벌 전방의 무역량 회복이 점쳐지는 점은 불확실성에 투자를 미뤄오던 기업들의 수요 회복에 긍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확신 속에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등에 따른 수요의 급증이 시황 개선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공급 기업들이 공급량 조절에 나서는 가운데 수요가 늘어나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상승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은 1분기를 저점으로 매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구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 보다 내일이 나은 국면이 일년 내내 이어질 것이란 의미다. 증권가에선 이에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30조원 후반대로 점치고 있다. 이는 올해 대비 30% 이상 늘어난 규모다.
▶ 반토막 난 영업익…악재 변수 속 2분기 연속 영업익 7조원대 사수 선방= 메모리 반도체 시장 회복에 삼성전자는 올해 의미있는 실적 개선을 점치지만, 지난해는 긴 고난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반도체 출하량이 늘어났음에도 매출은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7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2.9% 급감했다. 다만 2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7조원대를 지킨 건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지난해 분기별 영업이익은 1, 2분기에는 6조원대에 그친 바 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바닥을 찍었다는 유의미한 신호로도 해석된다. 사업부문별로는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2조9000억∼3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또 디스플레이 부문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4000∼5000억원으로 추산됐으며, 소비자 가전(CE) 부문에서는 고가 TV와 건조기 등 신가전 판매 등에 힘입어 6000∼7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됐다.
▶노트10, 폴더블 효과…선방한 IM= 반도체 부문과 함께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휴대폰 부문의 IM 사업부 또한 4분기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나타낸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는 2조3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2조9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3분기 실적보단 다소 낮은 수치이지만, 전년 동기(1조5100억원)을 1조원 가량 웃도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선 갤럭시노트10 시리즈, 폴더블폰 등이 실적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갤럭시A 등 중저가 스마트폰이 7000만대 가량 출하되는 데 그쳤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익성 높은 고가의 스마트폰이 판매 부진을 만회하는 데 한 몫 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네트워크 사업 호조, 우호적인 원달러 환율 환경 등도 긍정적인 변수로 꼽히고 있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IM 부문에 네트워크 사업 영업익 추정치 2300억원이 포함되면 2조7000억원대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업계에서는 2020년 글로벌 폴더블폰의 출하량이 2019년 50만대 대비 11만대 증가한 600만대 수준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1종의 폴더블폰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0년 전체 IM 영업이익도 11조7000억원으로 2019년(9조 추정) 대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