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연 현대모비스 전자제어시스템설계 책임연구원
“3D 스캐닝을 통해 사용자를 인식하는 스마트폰 안면기술과 달리 ‘첨단 운전자 상태 경고시스템(DSW·Driver State Warning system)’은 운전자의 이목구비 특징과 동공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진화한 기술이다.”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에서 만난 조덕연 전자제어시스템설계팀 책임연구원은 경쟁이 치열한 자율주행 분야에서 DSW를 통해 가장 선도적으로 인캐빈 분야의 입지를 확보한 것이 가장 큰 결실이라고 소개했다.
출발점은 2015년이었다. 주행하는 자동차의 움직임이나 운전자의 눈 깜빡임에 의존했던 센싱 기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아이디어가 첫걸음이었다. 준비 단계를 거쳐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한 것은 2017년, 2년여 만에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실주행 테스트에 들어간 셈이다.
조 연구원은 “현대모비스 북미연구소에서 자율주행차가 위험 상황을 판단할 때 스스로 갓길로 회피, 주차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운전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후 카메라 기반으로 운전자 상태를 확인하는 선행기술을 개발하는 의왕연구소와 연계해 개발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운전자 부주의 경고시스템은 직접적으로 생체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시스템이 유추하는 방식이었다”며 “전 세계에서 최초로 자동차에 적용한 DSW는 시스템이 직접적으로 운전자의 상태를 관찰하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안면인식이 가능해지면서 휴식을 권장하던 기존 경고시스템과는 달리 레벨에 따라 경고 수준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운전자가 졸리다고 판단하는 것이 3레벨이라면 정상적인 주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부주의 상황은 5레벨로 나누는 식”이라고 말했다.
DSW 기술의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 운전자에 집중됐던 센싱 기술이 탑승객 전체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조 연구원은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아도 자동차가 움직이는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생체인식 센싱 기술의 역할은 더 커질 것”이라며 “자동차에 탑승한 탑승자의 건강을 체크해 병원에 연락하거나 탑승객 개개인에게 맞춰진 실내 분위기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용화 이후 제품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도 중요한 요소다. 최초로 상용화하는 DSW 모듈은 현대모비스의 카메라 관련 협력사 중 하나인 세코닉스에서 담당한다. 제품 설계와 일정 등 전반적인 계획을 현대모비스가 제공하면, 협력사가 제작하고 생산해 납품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조 연구원은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중국 등 일부 국가가 아니라면 DSW 모듈은 현대모비스가 해외 시장에 전량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의 국산화와 전략적 협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스웨덴 업체가 보유한 알고리즘을 활용하는데 라이센스 비용이 발생하지만, DSW에 해당 알고리즘을 적용하면서 개발 비용과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며 “핵심 알고리즘을 제외한 다양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 스타트업과의 전략적 협업이 자율주행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데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