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줄고 여유 준다면 비싸도 소비
식기세척기·로봇청소기 등 급부상
전기레인지 내년 120만대 1.5배
식기세척기는 2년새 3배이상 폭증
‘편리미엄’ ‘가시비’. 2020년 가전시장을 달굴 화두로 두 키워드가 주목받고 있다.
편리미엄은 ‘편리함’과 ‘프리미엄’의 합성어다. 편리함을 준다면 기꺼이 비싼 제품도 사겠다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0’에 소개되며 한층 주목을 받고 있다. ‘가시비’는 가격대비 시간을 뜻한다.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를 중시하던 2010년대에서 진화한 개념이다.
편리미엄과 가시비의 공통점은 ‘시간’이다. 바쁜 일상 속에 늘 시간이 부족한 ‘타임푸어족(族)’에게 여유를 가져다주는 제품과 서비스가 2020년대를 강타할 전망이다.
5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2020년을 달굴 차세대 신(新)가전으로 ‘전기레인지,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가 꼽힌다. 미세먼지 기승으로 ‘의류건조기,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가 신가전으로 주목받았던 지난 3~4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전통 필수가전이었던 ‘TV, 냉장고, 세탁기’까지 포함하면 한국 가전사의 3세대로 여겨진다.
시장규모가 가장 큰 것은 전기레인지다. 작년 80만대에서 내년 120만대로 1.5배 뛸 전망이다. 올해는 100만대 시장을 열며 ‘필수가전’에 등극했다. 전기레인지는 연소과정에서 일산화탄소 등 유해 물질이 배출되지 않아 ‘웰빙가전’으로 주목받았지만 뛰어난 ‘열효율’로 조리시간도 절약해주는 강점이 있다.
라면 1봉지 수준인 500㎖ 물을 가열할 경우, 인덕션 전기레인지(출력 1800W)는 1분55초, 가스레인지(2900W)는 2분45초가 걸린 실험 결과도 있다. 인덕션은 자기장 유도로 용기만 빠르게 가열하기 때문에 자체 효율이 가스레인지보다 배가량 높다.
중견가전업체들이 주도하던 시장에 대기업이 가세한 것도 전기레인지 대중화를 앞당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초 인덕션 라인업을 국내 최대인 9종으로 구축했다.
또 지난 10월에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 출생 세대)를 겨냥해 별도 설치공사가 필요없는 프리스탠딩형 슬림 2구 인덕션 ‘더 플레이트’를 내놨다. LG전자는 창원공장 가스레인지 생산을 아예 중단하고 가정용 전기레인지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이아몬드에 견줄 만큼 긁힘에 강한 ‘미라듀어 글라스’ 하이브리드 전기레인지 출시해 프리미엄 라인을 강화했다.
식기세척기와 로봇청소기는 맞벌이 부부에게 각광받고 있다. 퇴근 후 저녁시간 설거지와 청소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식기세척기의 경우 한국 특유의 오목한 식기에 맞춰 세척력을 강화한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LG전자는 부산대와 함께 실시한 실험에서 손 설거지보다 세척력이 26% 더 우수한 디오스 식기세척기를 선보였다. 물 사용량 역시 손설거지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4인 이하 가구에 적합한 용량과 좁은 공간에도 설치할 수 있는 슬림 디자인, 한국형 바스켓을 적용한 식기세척기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로봇청소기는 인공지능(AI)으로 더 강력해졌다. 스스로 실내구조를 학습해 장애물을 통과하고 퇴근 1~2시간 전에 예약 청소를 걸어두면 알아서 집안 청소를 해준다. 바닥 소재에 따라 흡입력 세기를 조절하고 물걸레질까지 해주는 로봇청소기도 나왔다.
내년 시장 규모는 식기세척기와 로봇청소기 모두 30만대까지 커질 전망이다. 특히 식기세척기는 작년 9만대에서 2년 만에 3배 이상 수직 상승할 것으로 점쳐진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가 늘고 밀레니얼 세대가 결혼해 본격 살림을 꾸리는 2020년대에는 ‘가성비’를 넘어 노동시간을 단축해주는 제품이 더욱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본격적으로 대중화가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가사일을 줄여주는 트렌드와 직결되는 3신가전에 대한 수요는 예상보다 큰 폭으로 늘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천예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