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영 전 사장, 뇌물 주고받은 혐의는 집행유예

‘롯데케미칼 200억대 소송사기’ 허수영·기준 전 롯데사장 2심도 무죄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정부를 상대로 세금환급 ‘소송사기’를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수영 전 롯데케미칼 사장과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다만 허 전 사장은 이 사건과 별개로 기소된 제 3자 뇌물공여 및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유죄가 인정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조세 등 혐의로 기소된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과 당시 재무담당 팀장이었던 김모 전 롯데물산 재무이사 등에 대해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허수영 전 롯데케미칼 사장이 세무조사 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네고 협력업체로부터 여행경비 등을 지원받은 혐의는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내린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허 전 사장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기 전 사장과 김모 롯데물산 이사에 대한 항소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롯데케미칼의 유형자산 손실액이 분식 회계에 의한 것이라는 의심을 증명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개별소비세 포탈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이 문제 삼은 재료는 개별소비세 과세 대상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허 전 사장의 제3자뇌물공여 및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관련 공무원에게 뇌물을 교부하고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협력업체로부터 여행경비 등을 지원받은 것은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허 전 사장과 기 전 사장은 KP케미칼(현 롯데케미칼)에 재직하며 2006년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허위 자료를 근거로 법인세 환급 신청을 내 2008년에 법인세 207억원을 돌려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허 사장은 추가환급 신청을 해 12억 여원을 더 돌려받고, 개별소비세 대상을 누락하는 수법으로 13억여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허 전 사장과 기 전 사장 등이 장부에는 기계설비를 비롯한 유형자산 1512억 원 가량 남았다고 허위로 기재해 돈을 빼돌렸다고 봤다.

이외에도 허 전 사장은 국세청 출신인 김모 씨에게 세무조사를 무마해달라고 수천 만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상 편의를 봐달라는 협력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