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에서도ㆍ소환조사에서도…‘틀린 답’ 입 맞추다 꼬리 잡힌 숙명여고 세 부녀

-증거 두고 ‘입 맞추기’ 시도…진술 틀리며 ‘덜미’ -출제 교사도 경찰 조사에서 “유출 의심” 진술 -“‘교과상 몰아주기’ 의혹 등은 수사 계획 없어”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쌍둥이와 교무부장의 소환조사에서 이들이 입을 맞춘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험 이후 정답이 정정되며 유출 논란을 키운 물리 시험에 대해서도 출제 교사가 경찰 조사에서 “유출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 수서경찰서는 12일 숙명여고 정기고사 문제를 사전에 유출해 시험부정을 저지른 혐의(업무방해)로 전 교무부장 A(53) 씨와 두 쌍둥이 딸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소환조사 과정에서 이들이 사전에 입을 맞춘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전화 속 메모에 대해 세 부녀는 ‘A 참고서에서 확인해 작성했다’고 진술했지만, 수사 결과 다른 참고서에 있던 내용이었다”며 “메모를 직접 작성한 쌍둥이가 잘못 대답하는 모습을 보고 이들이 사전에 입을 맞춘 정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답이 정정되기 전 답안을 제출하며 사전 유출 논란을 키운 지난 학기 물리 시험에 대해서도 경찰은 “출제교사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해 ‘유출이 의심된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했다. 해당 교사는 “정답지에 오타가 났지만, 실제로 문제를 풀었다면 나올 수 없는 답을 쌍둥이가 적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험문제 유출이 의심된다”는 다른 교사들의 진술도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쌍둥이의 쪽지에 적힌 정답 메모도 결정적 증거로 봤다. 깨알같이 쓰여 있는 객관식 정답은 부정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쌍둥이는 채점을 위해 해당 메모를 작성했다고 해명했지만, 채점용으로 답안으로 깨알처럼 작성했다는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며 “지난 5개 정기고사 중 3회에 걸쳐 비슷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해 1학기 기말고사부터 5회에 걸쳐 이들이 지속적으로 시험 문제를 사전에 유출해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다섯 차례의 시험 중 18과목에 대한 유출 정황을 확인했다”며 “사실상 모든 과목이 유출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숙명여고 쌍둥이는 시험 유출 의혹 외에도 교내 비교과상을 몰아 받은 의혹 등을 추가로 받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시험 유출에 대해서만 수사를 의뢰받았다”며 “추가 수사 확대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