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장비 실험…성공률 95% “영상 차단되고 조종도 먹통”
드론을 이용해 고층 건물을 몰래 찍는 등의 범죄가 잇따르면서 드론을 무력화하는 기술 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최근에는 실제로 경찰용 드론 대응 장비를 만들어 시험해보니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 드론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경찰대 산하 치안정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치안정책연구’ 속 ‘경찰 임무용 안티드론 실증 연구’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이 개발한 드론 대응 장비 시험 결과 드론이 작동을 멈추고 카메라가 먹통이 되는 등 성공률이 평균 95%에 달했다.
논문은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유명 드론 모델을 대상으로 테스트해본 결과, 대부분 드론이 신호를 받는 순간 작동을 멈추고 조종불가 상태가 됐다”며 “1㎞ 거리에서 대부분 기종에 대해 90%가 넘는 성공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카메라가 부착돼 실시간 촬영이 가능한 드론의 경우, 방해전파를 받는 순간 영상이 차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 ‘항재밍’ 기술을 응용해 드론을 조종하는 주파수를 차단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대응 장비를 사용하는 경우 드론의 영상 송출도 중지됐다”며 “몰카 촬영 등 드론을 이용한 범죄 수사에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용 대응 장비가 만들어질 정도로 드론을 이용한 몰카 범죄는 최근 증가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드론을 이용해 22층 아파트 내부를 촬영하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지만, 드론을 조종하던 남성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지난해 8월에는 제주도의 한 해수욕장 샤워실에 드론이 출몰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에 붙잡힌 남성의 드론 속에는 샤워 중이던 여성들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촬영으로 검거된 인원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 2013년 2832명에서 지난해에는 5437명까지 늘었다.
이상원 용인대 경찰행정과 교수는 “드론에 자체적으로 달린 카메라를 이용한 몰카 범죄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안티드론 장비를 활용하면 경찰도 관련 범죄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os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