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중앙은행 기준금리 60% 인상 브라질, 대선 불확실성에 헤알화 최저 터키 중앙銀 부총재 사임, 리라화 급락

신흥국 통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남미에서 세 번째로 경제규모가 큰 아르헨티나는 금융위기로 페소화 가치가 곤두박질 쳤다. 정부의 극약처방도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 터키 등도 정치·경제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통화가치 폭락으로 휘청이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미국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이날 금리를 기존 45%에서 60%로 끌어올렸다. 이날 페소화 환율이 장중 한때 15.6% 급등해 달러당 42페소를 기록, 그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찍은 데 따른 조치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이를 통해 자본 유출을 막고 연간 31%에 달하는 물가상승을 억제하고자 하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르헨티나 경제에 대한 붕괴된 신뢰를 복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르헨티나는 전날 국제통화기금(IMF)과 500억달러(약 55조7500억원) 구제금융 조기집행에 합의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불안한 투자심리에 기름을 부었다. 달러 강세와 미국의 금리상승이 맞물리는 시점에 아르헨티나 정부가 막대한 달러부채를 상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249억달러(약 27조6500억원) 규모의 외채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페소 가치 하락으로 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올 들어 달러 대비 페소화 가치는 52.2% 하락했다.

도이체방크의 연구원인 짐 레이드는 “실질금리 자체가 자본유입을 이끌기엔 충분치 않다. 이에 따라 올해 경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고 CNBC는 전했다.

불똥은 인접국인 브라질로도 튀었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아르헨티나 경제위기 여파에 더해 대선 불확실성 등으로 한때 사상 최저치까지 추락했다. 이날 달러 대비 헤알화 환율은 0.78% 오른 달러당 4.146헤알에 마감됐다. 지난 2016년 1월 21일의 4.166헤알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헤알화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4.2헤알을 넘어 그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기도 했으나 중앙은행이 개입한 이후 다소 진정되는 양상을 보였다.

신흥국 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몰고 온 터키 리라화 폭락사태도 현재 진행형이다. 앞서 터키는 미국과 미국인 목사 구금 문제로 갈등을 빚기 시작하면서 리라화 가치가 하락했다. 이는 터키 기업들이 수년간 불려왔던 달러·유로화 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 비용을 늘리고 있다.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외화표시 부채, 높은 인플레이션 등으로 자금 조달도 쉽지 않은 상태다. 이날도 리라화는 터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위원회 위원인 에르칸 킬림치 부총재가 사임할 것이라는 소식에 달러 대비 3% 넘게 약세를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부채 문제는 신흥국들이 그동안 너무 싼 대출에 막대한 의존을 해왔다는 경고라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이라며 “이는 두 나라와 비슷한 양상의 국가들에 국한된 문제로 좀 더 책임있게 운용되고 있는 다른 나라의 경제로는 (불안이) 확산되지 않을 것이 지배적 견해”라고 했다.

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