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제정책의 ‘투톱’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간의 갈등도 새국면을 맞고 있다.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분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속도조절론’을 주장했던 김 부총리의 ‘현실론’에 힘이 실리는 반면,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와 패러다임 전환을 줄기차게 주장했던 장 실장의 ‘원칙론’은 타격을 입었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경제 투톱’의 거취와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된 경질이나 교체설은 당장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24일 김 부총리가 지난 주말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김동연 부총리 사의표명은 사실무근이다. 그 무렵 대통령과 만난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상의 재신임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장 실장의 교체설도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장 실장은 정치권과 여론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직을 내려놓으로는 직설적주문까지 나오고 있다. 비판적인 여론은 ‘소득주도성장’의 속도조절을 주장하며 유연한 정책 운용을 강조한 김 부총리와 달리,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이 경기침체의 골을 깊게 파고 있음에도 이전 정부 탓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만 반복해 온 점을 조준하고있다.
전날 지난 2분기 가계소득동향 발표 결과 빈곤층 소득이 크게 줄며 소득주도성장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들이 이어지며 장 실장에 대한 경질 요구는 더 커지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물론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에서도 장 실장과 함께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의 경질도 요구하고 나섰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장 실장을 비롯한 소득주도성장론자들이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는 한 이번 정기국회에서 예산을 논의하는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청와대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반면, 김 부총리에게 경제정책 운용의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이고, 재계 일각에서도 ‘원칙론’을 강조하는 장 실장보다 ‘현실적인’ 김 부총리가 경제정책의 키를 쥐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관가에서도 경제정책의 키를 김 부총리가 확실히 쥐고 ‘경제사령탑’으로서의 위상을 더 굳건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분명해지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의 갈등 양상 때문에 경제팀의 정책방향이 더 이상 우왕좌왕해선 안된다”며 “경제정책 세 축 중 나머지인 혁신성장과 공정경제와의 조화로운 속도조절을 위해선 김 부총리가 컨트롤타워로서의 입지를 확고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