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적인 고차방정식 해법 요원…사안별 여야 공조 난맥상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양당구도가 깨지고 다당제로 출발한 20대 국회의 여소야대 정국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통과 과정에서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여야가 과반을 점하지 못한 상황에서 교섭단체를 구성한 4개 당이 각각 하나의 변수가 되면서 현 국회는 4차방정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는 셈이다. 경우의수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어 막판까지 물밑접촉이 이어지고 공조와 파기가 빈발하는 형국이다.
특히 120석으로 정부 출범 초기 정책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협조 없이는 사안마다 국회 통과가 어렵다.
이같은 태생적 한계는 인사청문회, 정부조직법 뿐 아니라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할 때도 발목을 잡았다. 추경 통과시에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퇴장으로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기도 했다.
내용에 있어서도 여당의 양보가 불가피하다. 정부조직법 논의에서 쟁점이 됐던 ‘물관리 일원화’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고, 추경안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예산 80억원을 들어내고 목적예비비 지출로 전환해야 했다. 증원 규모도 중앙직 공무원 4500명에서 2575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
제1야당인 한국당도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졌다. 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한 견제를 주도했던 기존 야당의 역할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 야권의 2, 3당과의 공조 없이는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는 구도다.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각 정당의 스펙트럼이 넓게 퍼져있는 만큼 야3당이 공조에 합의하더라도 결정적 순간에 어느 한쪽이 돌아서면 ‘왕따’ 신세가 되기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국회 인준 때도 그러했고, 김상곤 교육부총리 임명에도 야당의 공조가 깨지면서 고배를 마셨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다당체제로 제1야당의 역할이 축소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야3당 공조체제가 일관되게 가면 그렇게 힘이 들지 않는데, 나중에 행동에 들어가면 달라진다”며 “당내 사정에 따라 변하다보니 더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추경안 통과 당시 의결 정족수를 채워준 것에 대해 “정족수를 채워주지 않는다해도 3당이 공조하기로 해 통과가 확실시됐기 때문”이라고 말해 야당 공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자당의 협상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1, 2당의 대립 구도 속에서 사안별 ‘캐스팅 보트’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국민의당은 정책에 있어서는 야권과의 공조에 나섰다가 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해 여권에 협조하면서 정국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른정당 역시 ‘개혁보수’를 내세우며 한국당과 차별화를 위해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반대할 것은 반대한다’는 기조를 이어나가고 있어 사안에 따라 여당과 야3당 공조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같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향후에도 각 당은 고차방정식의 해법을 찾기 위한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