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퍼스트레이디로 평가됐던 고(故)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 여사의 별세 소식에 미국 정치권이 일제히 머리를 숙였다.

특히 대선 경선레이스에 몰입해있던 공화당과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잠시 정치 공방을 멈추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그동안 공화당 주자들은 저마다 공화당 출신 대통령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았던 낸시 여사의 남편 레이건 전 대통령의 ‘적통’임을 주장해왔다.

공화당 대선경선 레이스의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6일(현지시간) 애도성명을 내고 “낸시는 진정으로 위대한 대통령의 부인으로서 놀라운 여성이었다”며 “그녀가 그리울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민주당적을 지녔던 트럼프는 레이건이 젊은 시절 민주당원이었다가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꾼 것이 자신과 닮은 꼴이라고 주장해왔다.

트럼프를 추격 중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공화ㆍ텍사스)은 “낸시 여사는 나라에 대한 깊은 열정과 남편에 대한 사랑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로니’ 곁으로 떠난 ‘마미’…“그녀가 그리울 것” 낸시 여사 별세 애도
[사진=게티이미지]

마르코 루비오(공화ㆍ플로리다) 상원의원은 “오늘 우리는 낸시를 잃은 것을 슬퍼한다”며 “품격과 우아함의 진정한 모범이었다”고 평가했다.

같은 퍼스트레이디 출신이면서 민주당 대선 선두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과 남편 빌 클린턴은 공동으로 낸 애도성명에서 “낸시는 비상한 여성이었다”며 “자애로운 퍼스트레이디이면서 자랑스러운 어머니였으며 남편인 ‘로니’에 대해서는 헌신적인 부인이었다”고 밝혔다.

클린턴 부부는 이어 “그녀의 강인한 성격은 전설적이었다”며 “남편이 암살 시도를 당했을 때와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던 기간에 특히 그랬다”고 평가하고 “그녀는 놀라운 선(善)의 유산을 남겼다”고 강조했다.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됐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이제 우리는 레이건 시대에 대한 마지막 안녕을 고한다”며 “매력적이고 우아하며 미국에 대한 열정을 가진 레이건 부부는 위대한 미국의 실험을 되뇌이게 한다”고 밝혔다.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인 바버라 부시 여사는 “낸시는 남편에게 모든 것을 헌신했다”며 “부부가 다시 결합할 것이라는데 위안을 얻으면서 그녀의 가족에게 기도와 위로를 보낸다”고 말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레이건 전 대통령은 이제 부인이자 동반자와 다시 결합하게 됐지만, 미국과 레이건 일가는 우아하고 강인한 여성을 잃었다”며 “레이건 부부는 위대한 사랑의 이야기였으며 나라에 대해 공동으로 헌신한 모델이었다”고 평가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낸시 여사는 남편과 나라에 맹렬하게 헌신했었다”고 회고하고 “백악관에서 그녀의 영향력은 완벽하고 항구적이었다”며 “특히 마약남용과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고 강조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낸시는 나의 영웅”이었다“며 ”믿기 어려운 힘과 품격, 우아함으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했고 전 세계에 그녀의 족적을 남겼다“며 ”이제 낸시는 로니(레이건 전 대통령의 애칭)와 함께 있으며 우리 모두는 그녀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 린스 프리버스는 “퍼스트레이디로서 어떻게 미국을 대표해야 하는가를 구현한 인물이었다”며 “백악관에 가장 큰 족적을 남긴 여성으로서 역사에 이름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인 데비 와서만 슐츠는 “낸시 여사는 우아함과 존엄성으로 온 미국인의 사랑을 받았다”며 “마약퇴치 캠페인은 어린이들을 살렸으며 전국 알츠하이머 연합에 대한 지지와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노력은 치료방법을 찾는 과학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