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부산의 한 실내사격장에서 권총과 실탄을 탈취해 달아났다가 붙잡힌 홍모(29)씨는 이전에도 이 사격장을 방문했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씨는 직접적인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자살하려고 총기와 실탄을 훔쳤다”고 진술했다.
특히 관련 법령에서는 사격장에서 사격관리자 외에 2명의 관리직원을 두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사건 당일 남자직원은 1명 밖에 없었고 이마저도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흥우 부산진경찰서장은 3일 오후 열린 검거 브리핑에서 “홍씨는 지난 1일 낮 12시께도 이 사격장을 찾아 총을 쏘고 사전에 범행을 모의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이 서장은 “당시 홍씨는 사격장을 관리하는 남성 직원이 2명 있어 도주로 등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범행 당일에는 정작 남자직원이 1명 밖에 출근하지 않았고 슈퍼에 가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고 이 서장은 말했다.
이 서장은 “사격장에서 총기를 걸어두는 고리는 자물쇠 없이 누구나 쉽게 끼웠다가 뺄 수 있었다”고 밝혀 허술한 사격장 총기 관리 규정이 도마에 올랐다.
범행동기에 대해 이 서장은 “부산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홍씨는 최근 지인과 식당을 하려고 3000만원 씩을 투자해 준비하다가 기존 미용실 전세금이 빠지지 않는 등 어려움을 겪자 자살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피의자 홍씨는 이날 오전 9시께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실내사격장에서 총 50발의 실탄을 받아 이 중 20발을 쏘았다.
이후 홍씨는 남은 실탄을 반납하는 과정에서 45구경 권총 1정과 실탄 19발을 탈취해 달아났다. 홍씨는 총기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업주 전씨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수차례 찔렀다. 전씨는 현재 치료를 받고 있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경찰은 홍씨가 권총과 총기로 ‘2차 사고’를 낼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해 즉각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신고 포상금 1000만원을 걸고 사격장 내부 폐쇄회로TV에 찍힌 홍씨의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경찰은 갑호비상령을 내리고 경찰특공대와 부산경찰청 소속 전 형사 및 수사 인력을 동원해 홍씨를 쫓았다.
경찰은 특정한 홍씨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 기장군 쪽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알고 기장군에 경찰력을 집중 배치했다.
이날 오후 1시37분 께 기장경찰서 형사팀이휴대전화 발신지 근처인 부산 기장군 기장삼거리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을 전부 검문검색하던 중 택시 승객 인상착의가 홍씨와 비슷한 것을 발견, 택시문을 강제로 열고 홍씨를 붙잡혔다.
경찰은 홍씨가 들고 달아났던 45구경 권총과 실탄 19발을 모두 회수했다. 실탄 8발이 장전된 권총은 허리춤에 꽂혀 있었고 나머지 실탄 19발은 오른쪽 주머니에 있었다. 사건 발생 4시간 만의 검거 과정에서 경찰의 과학수사와 기민한 초동대응이 빛났다.
경찰은 홍씨가 1일 사격장에 왔다는 것을 파악하고 사격일지에 실명을 썼다가 지운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이어 홍씨가 사격 때 썼던 헤드셋과 표적지 등의 지문을 채취해 사격일지에 적힌 지문과 대조해 홍씨를 피의자로 지목했다. 또 신속하게 공개수사로 전환해 부산의 전 경찰이 실시간으로 휴대전화 위치추적과 함께 도주로를 차단하면서 홍씨를 조기에 검거할 수 있었다.
검은색 상의와 반바지, 레깅스를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부산진경찰서로 압송된 홍씨는 “자살하려고 그랬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예”, “여주인이 혼자 있는 것을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몰랐다”, “(총기 탈취과정에서) 제지가 있었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짧게 답했다.
경찰은 “(사업실패로) 자살하려고 총기와 실탄을 훔쳤다”는 홍씨의 진술이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고 보고 정확한 범행동기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