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유럽연합(EU) 정상들이 23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긴급 회의를 열고 유엔난민기구(UNHCR) 등에 10억 유로(1조3000억원)을 지원하는 등 난민 추가 대책에 합의했다.
도널드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은 7시간여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끝낸 뒤 기자회견에서 “오늘밤 우리는 과거 대책을 반복할 수 없다는데 동의했다”며 “이는 꽤 상징적인 순간이며, 나는 우리가 위험한 비방게임을 중단했음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EU 정상들은 UNHCR과 세계식량기구(WFP)에 10억유로를 지원해, 시리아 인접 레바논, 요르단, 터키를 돕기로 했다.
프랑스는 2년간 총 1억유로를, 영국은 1억3700만유로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EU는 또 그리스, 이탈리아에 특별 난민접수처를 설치해 정치적 망명과 경제적 이민을 선별하기로 했다. EU 외부 국경강화에도 합의했다.
하지만 EU 회원국 정상은 12만 난민 강제 할당에 대해선 갈등을 봉합하지 못했다. 슬로바키아는 전날 EU 각료회의에서 12만 분산수용안을 표결에 붙여 통과시킨 것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기로했다. 로버트 피코 슬로바키아 총리는 “EU의 ‘강권’을 수용하기 보다 재판소에 소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체코와 루마니아, 헝가리도 여전히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도덕적 제국주의는 없다”는 말로 강제 할당에 반대했다. 오르반 총리는 또 “그리스가 자신들의 국경을 방어할 수 없다면, 우리는 EU 다른 나라들이 그리스 국경을 방어해도 되는 지 물어야한다”고 그리스가 국경 통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헝가리가 세르비아와의 국경에 철조망을 설치해 난민 유입을 차단하면서, 우회로인 크로아티아에는 20일 하룻 동안에만 난민 9000명이 도착했다. 이는 헝가리의 세르비아 국경 차단 조치 이후 일일 기준으로 최대다. 크로아티아에 온 난민은 일주일간 4만4000명을 넘었다.
투스크 의장은 시리아와 이라크의 분쟁은 가까운 시기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난민 수백만이 유럽에 오려들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