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고유한 우리말은 ‘수불’이다. 술이 익는 중에 부글부글 끓는 것을 보고 물에 불이 붙는다고 해서 수불이라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래서일까. 술은 물이지만 마시면 불이 된다. 음과 양의 조화가 가장 잘 빚어진 인류의 음식, 바로 술이다. 특히 우리나라 전통주는 달콤한 감칠맛과 쌉싸래하면서도 알싸한 맛이 경쟁력이다. 전 세계적으로 알릴 가치가 있는 귀중한 문화자산이다. 하지만 우리 전통주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1916년 주세를 걷기 위해 가양주(家釀酒) 제조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300여 종이 넘던 우리 술이 하나 둘 사라지게 되었다. 이후 ‘88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전통문화의 계승ㆍ보전 차원에서 전통주 기능보유자가 지정되면서 전통주 재기의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 꽃을 피워야 할 때다. 최근 주말동안 짬을 내어 전통주 만드는 현장을 방문했다. 전통주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쌀 소비를 촉진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농촌경제가 자생력을 갖추고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농산물의 고부가가치화인데 전통주야말로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다. 또한 쌀 뿐 아니라 보리, 과일 등 다양한 농산물을 원료로 활용할 수 있어 농업과 식품의 상생을 위한 주요 모델이 된다. 유럽의 와인이나 일본의 사케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주류가 바로 전통주다. 각각의 술에는 어울리는 음식과 문화가 있기 마련이어서 술문화를 전파하면 자연스레 그 나라의 전통음식도 함께 알려지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동경올림픽 이후 1970년대 초 미국에 사케와 스시가 들어가면서 일식과 일본문화가 미국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고급스런 일식집을 드나드는 사람은 미국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일본 제품을 고급으로 인식시키는데 큰 몫을 했다. 일본문화를 세계에 먼저 알린 것은 사케와 스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나라의 전통 술과 음식은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정부는 전통주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선, 조선시대까지 술은 지방마다 그 지역의 원료나 전통적 손맛으로 빚어 우리 전통 생활문화의 요체인 ‘봉제사접빈객(奉祭祀接賓客)’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담당했다. 이 점에 착안해 전통주를 국내외 정부 행사에서 건배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전통주의 건배주 조례 제정ㆍ시행에 협조를 구할 생각이다. 또 전통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수록한 ‘대한민국 전통주 건배주’ 안내서를 발간, 배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통주 산업 범위 확대, 통신 판매처 및 용기 제한 등과 같은 유통상의 규제를 완화해 소비자들이 좀 더 쉽게 전통주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해 나가겠다. 현재 ‘대한민국 우리술 대축제’, ‘우리술 품평회’, ‘막걸리의 날’ 등 전통주의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또한 수출 확대를 위해 막걸리를 국제식품규격(CODEX)으로 지정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도 전통주 규제개선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전통주 제조업체의 품질관리를 지원하는 등 우리 전통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고 힘을 쏟을 계획이다. 우리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차별화된 식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다채롭고 향기로운 우리의 술. 우리 전통주 산업의 활성화는 농업의 부가가치를 놓이고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를 살리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 국민, 더 나아가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술이 되는 날이 곧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