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백웅기 기자] 민주당의 수성(守城)이냐, 안철수의 입성(入城)이냐. 오는 6월 호남권 지방선거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다.
호남 지역은 명실상부한 야권의 전통적 지지기반이다. 이런 가운데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먼저 이곳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구상을 내놓으면서 민주당과의 일전이 불가피한 모습이다.
호남에서 민주당-안철수 대결 구도의 역사는 사실 지난 대선 정국까지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앞두고 안 의원은 전국투어의 첫 목적지로 호남을 찾았다. 야권 후보로서 일찌감치 호남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공을 들인 것으로, 처가가 있는 전남 여수에선 ‘호남의 사위’라고 환영받기도 했다.
올해에도 일단은 대선 당시의 ‘안철수 열풍’까지는 아니어도 안 의원에 대한 호남지역의 지지도는 여전히 유효한 분위기다.
민주당 지지세력의 이반이 큰 탓이겠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민주당의 3배에 이를 정도다. 창당 준비 조직 성격의 ‘새정치추진위원회’가 호남에 공들이는 배경이 자명한 것이다. 앞서 안 의원을 포함한 4인 체제의 새정치추진위 공동위원장에 광주시장ㆍ전남지사 출마가 거론되는 광주ㆍ전남비전21 윤장현 이사장과 김효석 전 의원을 인선한 것도 의미심장한 포석이다.
지난달 26일 광주를 찾은 안 의원은 “국민이 바라는 새정치에 대한 열망을 야권 분열로 이야기하거나 함께 하는 분들을 폄하하는 것은 기득권적 시각의 발로”라며 “민주당이 호남인들의 지지를 변화와 개혁, 수권으로 보답하지 못하고 깊은 타성에 빠져있는 것이 아닌가. 지역주의에 안주하고 혁신을 거부하며 상대방 폄하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낡은 사고와 체제를 호남에서부터 과감히 걷어내달라”고 민주당에 정면승부를 선언했다.
그러나 당장 ‘발등에 불 떨어진 격’의 민주당은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야 대치정국 속에서 번번히 여권으로부터 ‘발목잡기’라는 굴레가 씌워진 데다, 과거 민주당 소속 인사들이 탈당해 신당으로 향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 탓이다. 민주당이 호남 지지기반을 잃는다는 건 단순한 선거 패배 이상의 의미다. 일각에서 ‘조기 전당대회론’이 흘러나오는 이유도 6월 지방선거가 당의 생존마저 좌우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민주당-안철수 대결이 열띤 가운데 호남 출신 새누리당 유수택 최고위원은 “호남에서 새누리당에 표를 안 찍어 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정서를 타파해야 한다. 호남발전을 위해서는 집권여당을 언제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