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3개월간 비상사태…사망자 최대 2만명 예측도

악천후·도로파괴 구조 난항…여진 위험도 “시간과의 싸움”

건물 잔해에서 태어난 신생아 구조…맨손 생존자 구출도

튀르키예·시리아 강진 이재민 2300만명…韓 긴급구호대 118명 파견 ‘역대 최대’
튀르키예 지진 실종자 수색 등을 위한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 대원들이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출정식을 하고 있다. 정부는 외교부, 소방청, 코이카, 국방부 등으로 구성된 110여 명의 긴급구호대를 튀르키예로 파견한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지난 6일 새벽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규모 7.8의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7800명을 넘어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지진에 따른 사망자가 2만명을 넘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사회가 잇달아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한국전 참전국인 튀르키예에 단일 규모로는 역대 최대 인원인 118명의 긴급구호대를 파견했다.

AP·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5894명, 시리아 1932명 등 7826명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집계한 것으로 앞으로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WHO 아델하이트 마르샹 비상대책관은 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HO 이사회 회의에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는 여진의 영향까지 고려할 때 140만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2300만명이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진피해가 큰 10개 주에 3개월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당국은 붕괴된 건물 잔해에서 8000여명을 구조했고, 정부가 마련한 임시숙소 등에 38만명이 머무르고 있다고 밝혔다.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해 수색과 구조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진으로 도로가 파괴돼 접근이 어려운데다 폭설 등 악천후가 겹쳐 속수무책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금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매분, 매시간이 지나면 살아 있는 생존자를 찾을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리아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시리아 정부가 모든 구호품을 반드시 수도 다마스쿠스를 통해 인도되어야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군 점령 지역에는 도로가 붕괴돼 유엔 구호물자도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지금은 1곳의 국경 통과지점만 개방돼 있고, 이 역시 지진으로 파손된 상황”이라며 모든 국경 통과지점의 개방을 촉구했다.

최악의 재난 상황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시리아 알레포주(州)의 작은 마을 진데리스에서는 이미 숨진 엄마와 탯줄로 연결된 상태로 울고 있는 여자 신생아가 주민들에 의해 구조됐다. 튀르키예 주민들은 턱없이 부족한 장비에 맨손으로 생존자를 구출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잇달아 지원에 나섰다. 튀르키예가 속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가입 절차가 진행 중인 핀란드와 스웨덴을 포함해 20여개 나토 회원국과 파트너국에서 1400명 이상의 긴급 대응 인력이 현장에 급파됐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정부의 공식 요청을 받은 우리나라도 외교부와 국방부, 소방청,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으로 구성된 118명 규모의 긴급구호대(KDRT)가 한국시간으로 8일 새벽 공군 다목적 수송기 KC-330을 통해 현지로 향했다. 단일 구호대 파견 규모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또 정부는 튀르키예에 5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우선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시리아에 대해서는 국제기구의 인도적 지원 수요가 발표되는 대로 지원을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우리 교민의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튀르키예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 2700여명 중 이번 지진 발생 지역에 거주하는 교민은 100여명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6일부로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쉬, 말라티야, 아드야만, 오스마니예, 아다나, 하타이 등 6개 주에 대한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