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주한 미국대사 습격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상이 쉽지 않을 정도다. 공개 장소에서, 그것도 개인적 원한이 아닌 습격이란 점에서 충격을 더한다. 이 괴한이 개인적 사유가 아닌 한미연합훈련 반대를 외치며 습격한 것으로 알려져 한층 상황이 복잡해졌다. 단순 사건을 넘어 양국 간 외교관계에도 거센 파장이 예상된다.

경찰과 현장 관계자 등에 따르면,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를 습격한 김모(55) 씨는 습격 당시 “전쟁 반대”라는 구호를 외쳤다. 김 씨는 한미연합군사훈련 반대를 외친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은 지난 2일부터 ‘키리졸브’란 명칭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 훈련은 양국이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해 실시하는 것으로, 매년 봄 연례적으로 이뤄진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매년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훈련이다. 국내 일부 시민단체 역시 훈련 중지를 주장해왔다. 김씨는 시민단체 ‘우리마당’의 대표로, 지금까지 한미연합군사훈련 반대 등의 1인시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美 대사 테러]이런 민감한 시점에…한미 외교가도 초긴장 돌입

특히 단순한 계란투척 등이 아닌 칼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더 파장이 크다. 경호상 허점 등으로 마무리할 수준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 간 외교관계로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사건 직후 CNN도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사건을 긴급 보도했다.

미국도 사건 직후 리퍼트 대사의 상태를 긴급 확인하고 국무부 차원의 별도 입장을 발표했다. 국무부는 사건 직후 “우리는 이 같은 폭력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역시 북미국을 중심으로 긴급하게 상황 파악에 나섰다. 한미 양국 외교 채널이 모두 비상에 걸렸다.

습격 사건이 벌어진 시기도 민감하다. 최근 한미 관계는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의 발언 이후 마찰음이 터지고 있었다. 셔먼 차관은 “민족감정이 악용될 수 있으며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cheap applause)를 얻는 건 어렵지 않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이를 두고 국내 정치권 등에서 과거사 책임 논란을 두고 미국의 분명한 입장이 필요하다는 반발이 거셌다. 조태용 외교부 차관도 국회에서 “셔먼 차관의 발언을 가볍게 보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미 대사가 습격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한미 관계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자칫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의 외교 역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오히려 미국보단 한국에 더 큰 우려가 든다”며 “최근 한미 관계에서 한국의 외교력이 더 큰 요구를 받고 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교적 역량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하필 대통령이 대외 순방 중인 상황에 이 같은 사건이 터져 정부가 더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반응도 관심사이다. 최근 한미 갈등을 고려할 때 이번 사안으로 미국이 한국에 강한 압박을 가하리란 분석도 나온다. 리퍼트 미 대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측근 인사이다. 대사로 취임한 직후 출산한 아들에게 한국식 이름을 짓는 등 한국에도 많은 애정을 보인 바 있다. 미국에서 핵심 측근을 대사로 임명한 만큼 이번 사건의 충격이 적지 않으리란 분석이다.

반면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대국이기 때문에 이 정도 수준의 사건은 그리 크게 보지 않으리란 전망도 나온다. 김 교수는 “워낙 미국이 대국이고 각종 이슈도 많기 때문에 셔먼 차관의 발언과 이번 사건을 연게해 크게 고려할 것 같진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