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평화지수(WPI) 발표 결과 北은 김정은 체제 강화로 안정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우리나라의 평화 상태가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국내 정치 갈등과 대일 관계 악화 등으로 순위가 급하락했다. 반면 반면 북한은 김정은 체제가 정치적으로 정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순위가 올라 남북간 격차가 좁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평화포럼(이사장 김진현 전 과학기술부장관)은 3일 이런 내용의 ‘세계평화지수(World Peace Index) 2014’ 보고서를 발간했다.
세계평화포럼은 서울에서 통계 수집이 가능한 143개국의 전년도 평화 상태를 ▷국내정치 ▷군사ㆍ외교 ▷사회ㆍ경제 면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해 매년 1월1일 기준의 세계평화지수(WPI)를 발표해 왔다. 이번에 발표한 평화지수는 2013년 상황을 평가, 2014년 1월 1일의 평화상태를 지수화 한 것이다.
한국의 경우 100점 만점에 76.2점을 얻어 전년 42위보다 다섯 계단 떨어진 47위를 기록했다. 사회ㆍ경제적 평화 수준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와 군사ㆍ외교적 평화 수준이 대폭 악화됐다. 포럼 측은 ”안정적으로 대통령선거가 이뤄졌지만, 선거후 정당 간 갈등이 표출되고, 남북한 간 군사적 긴장은 오히려 더 심화됐고 일본과의 외교관계도 보다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남북관계와 외교 정책에선 성공했다”던 박근혜 정부의 자평이 무색해지는 부분이다.
반면 북한의 2013년 평화지수는 60.4점으로 전년 대비 일곱 계단 오른 110위를 기록했다.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 체제가 정치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 포럼측의 설명이다. 다만 북한 스스로 평화로워졌다기보다 시리아 사태 등 위기 상황에 빠진 하위국가가 늘어난 만큼 상대적으로 개선돼 보이는 ‘착시효과’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군사ㆍ외교적 분야에서는 137위로 저조해 핵ㆍ미사일 문제 해결이 절실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2013년 전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웠던 국가로는 100점 만점에 92.6점을 기록한 독일이 지난해에 이어 연속 선정됐다.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은 74위로 전년보다 일곱 계단 떨어지는 등 중국(105위), 러시아(109위), 인도(120위) 등 세계 주요 대국들이 모두 중ㆍ하위권에 머물러 대국일 수록 평화롭지 못한 ‘역설’이 드러났다. 조사 대상 143개국 중 가장 평화롭지 못한 국가로는 장기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33.5점)가 선정됐다.
2013년 전세계적 차원의 평화 지수는 전년도에 비해 0.4점 떨어진 69.6점으로 산출됐는데 이는 9ㆍ11 테러 직후의 수준이다. 포럼 측은 “세계는 더욱 더 강한 협력 및 연대와 일치로 ‘지구촌 질서’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 틀을 만들고 집행할 각국의 리더십은 더욱더 지역적, 종교적, 내향적으로 지향하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