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2학기 국가장학금 1유형 신청 결과
고소득층 자녀가 저소득층보다 3배 많아
백승아 의원 “대학 서열화 완화 대책 마련해야”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서울대에서 월 1000만원 이상 고소득 가구의 자녀들이, 저소득 가구 자녀들에 비해 국가장학금(1유형)을 3배가량 많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년들의 교육비 부담을 덜기 위한 국가장학금 제도의 혜택을 정작 상위권 대학에선 고소득 가구가 더 많이 보고 있는 셈이다. 반면 전국 4년제 대학으로 보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 신청 차이가 크지 않아, 부모의 경제력이 교육의 격차로 이어진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 국가장학금 신청, 고소득 자녀가 저소득층 3배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2학기 국가장학금 1유형을 신청한 서울대 재학생 6641명 중 3507명(52.8%)이 고소득층 자녀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저소득층 가운데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인원 1214명(18.2%) 대비 3배가량 많은 규모다.
한국장학재단은 국가장학금 신청 학생의 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소득 분위를 1~10구간까지 나눈다. 구간별 기준이 되는 가구당 월 소득액에 따라 ▷8구간 1145만9826원 ▷9구간 1718만9739원 및 이보다 소득이 높은 10구간까지 ‘고소득층’으로 분류된다.
이밖에 ‘중위소득층’은 ▷4구간 515만6922원 ▷5구간572만9913원 ▷6구간 744만8887원 ▷7구간 859만4870원이다. 다음으로 ‘저소득층’은 ▷1구간 171만8974원 ▷2구간 286만4957원 ▷3구간 401만939원이다.
고소득 기준이 되는 8구간 가정의 월 소득을 연간 소득으로 환산하면 약 1억3751만원이다. 반면 1구간 연 소득은 약 2062만원이다.
부의 격차가 교육의 격차로…서울권 대학 2배 격차
서울권 최상위 대학으로 꼽히는 이른바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로 범위를 넓혀도 비슷한 추세가 드러났다. 이들 3개 대학에서 2학기 국가장학금 1유형을 신청한 고소득층 자녀는 1만1154명으로 저소득층 자녀 4342명 대비 2.6배 많았다.
서울 상위 15개 대학(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한국외대·서울시립대·건국대·동국대·홍익대·이화여대·숙명여대) 역시 고소득층 자녀의 국가장학금 신청이 4만1242명으로 저소득층 자녀 2만236명에 비해 2배가량 많았다.
전국 단위선 격차 줄어…“부모 경제력이 대입에 영향”
반면 전국 4년제 대학으로 범위를 넓히면 이 같은 격차가 줄었다. 전국 4년제 대학 234개교에서 2학기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은 각각 26만750명, 29만7231명이다.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1.1배가량 많은 수준으로, 서울권 대학 대비 격차가 적었다. 백승아 의원은 “소득에 따른 교육 양극화 심화가 상위권 대학 재학 비율로 입증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는 청년의 교육비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로 내년 국가장학금 예산을 5조3134억원으로 늘렸다. 국가장학금 제도가 도입된 2012년 이후 지원 규모가 매년 커지면서, 고등교육재정에서 국가장학금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기준 38.1% 수준이다.
다만 일각에선 국가장학금 예산이 다른 고등교육 분야 지원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국가적으로 고등교육에 지원할 수 있는 재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국가장학금 예산이 증액되며 고등교육의 질과 대학 경쟁력 향상을 위한 재원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면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국가장학금은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생에 직접 주는 1유형과 대학 재정을 활용하는 2유형으로 나뉜다. 소득 구간이 낮을수록 지원 금액이 많고, 특히 1유형은 재단이 직접 운영하는만큼 최대 등록금 전액 지원까지 가능하다.
백 의원은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들의 대입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소득·지역 등에 따른 교육 불평등과 교육 격차 문제는 매년 지적되어 왔던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라며 “이제는 대학 서열화를 완화하고 모든 학생들이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교육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