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 칼럼] ‘5.18정신’ 헌법전문을 총선공약으로

작년 11월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이 관객 1300만을 돌파하면서 문화예술을 통한 과거사 청산에 눈 돌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다큐멘터리 영화 ‘길 위에 김대중’, ‘건국전쟁’, ‘다시 김대중’이 뒤를 이었고 ‘파묘’도 역사성은 좀 약하지만 흥행 성적이 상당하다.

지난 주 개봉한 영화 ‘1980’은 5.18 민주화항쟁을 소재로 그때의 비극에 대해 되씹어 보게 한다. 이 영화 속의 실제 기록 동영상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도저히 의문이 풀리지 않는 것은 진압군이 시민 학생들을 그렇게도 잔혹하게 폭행하고 무차별 발포할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국가 정규군대가 전쟁 때 적군에게도 하기 어려운 비인간적 만행을 자국 국민에게 자행한 세계사에 유례없는 증오범죄였다.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폭도”라고 내란 괴수들이 주입시켰기 때문에 그런 적개심이 나온 것일까.

나치 독일에 대한 영화와 소설 등이 그 역사 재판에 크게 기여한데 비하면 일본 식민지배나 한국의 군사독재를 소재로 한 문화예술 작품은 너무도 미미한 편이다. 아시아와 한국의 문화예술인들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과거사 소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5.18을 소재로 한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와 홍범도 장군의 일대기인 방현석의 장편 ‘범도’ 같은 작품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전두환의 내란기구였던 국가보위입법회의 의원으로 참여한 주류 언론사 사장 등에 대한 역사재판은 그런 문화예술적 방법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김재홍 칼럼] ‘5.18정신’ 헌법전문을 총선공약으로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회원들이 지난달 24일 창립 40주년 성명을 발표, "5.18정신을 헌법전문에 명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제공]

5.18 민주항쟁을 보도하기 위해 내란집단의 언론 검열을 거부하다가 강제해직 당한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는 지난달 24일 창립 40주년 성명에서 5.18 정신의 헌법전문 명기를 요구했다. 이 단체 회원들은 3년 전 법적으로 5.18관련자 지위를 얻었다. 이같은 요구를 연구자나 민주화운동자 개인이 내놓은 적은 있으나 단체 차원의 공식화는 처음이다. 현행 헌법전문은 3.1운동과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5.18이야말로 그 헌법정신을 수호하기 위한 실천이었다는 뜻에서다.

3.1운동은 일제 식민지배에 항거한 국민주권 의식의 발현이었으며 모든 사회계층이 참여한 민주주의 실행이었다. 4.19는 이승만 장기독재와 3.15부정선거에 저항한 민주주의 시민혁명이었다. 이같은 국민주권과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총칼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목숨 건 투쟁의 역사가 5.18민주항쟁이었다. 당시 전두환 일파의 광주항쟁 진압은 대법원이 내란행위로 최종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에 반영된 서울고등법원의 1996년 판결문이 매우 의미있는 기록이다.

“광주시민들의 시위를 피고인들이 공수부대를 동원하여 난폭한 방법으로 분쇄한 행위도 국헌문란에 해당한다. 민주주의 국가 국민은 주권자 입장에서 헌법을 제정하고 수호하는 가장 중요한 소임을 갖는 것이므로... 이러한 국민의 결집을 헌법기관에 준하여 보호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국민의 결집을 강압으로 분쇄한다면 헌법기관을 강압 분쇄한 것과 마찬가지로 국헌문란에 해당한다.”

총선거일이 사전투표를 생각하면 사실상 이틀 남았다. 여야는 선심성 공약을 넘어 역사적 의미가 큰 5.18정신의 헌법전문 명기를 공약화하고 실천하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재홍 서울미디어대학원대 석좌교수(전 서울디지털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