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월과 같은 3.1%를 기록했다. 올해 1월 2.8%로 낮아졌다가 2개월 연속 3%대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2.4%대지만 고공 행진 중인 과일·채소 가격 영향이 크다. 장보기가 무섭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마트에서 사과를 들었다 놨다 한참을 망설이고 장바구니는 비어 한숨만 커진다. 정부가 1500억원을 투입해 과일과 채소 등 21개 품목의 가격 안정 지원에 나서 잠시 가격이 떨어졌지만 공급 부족이라는 근본적 문제는 그대로여서 효과가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먹거리 물가 안정에 더 신경 써 장 볼 맛 나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먹거리 가격이 잡히지 않는 게 문제다. 농축수산물은 11.7% 오르며 전월(11.4%)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농산물은 20.5% 올라 전월(20.9%)에 이어 두 달 연속 20%대다. 특히 사과는 88.2% 상승해 전월(71.0%)보다 오름폭이 더 커졌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역대 최대 상승폭으로 ‘금사과’란 말이 틀리지 않다. 배(87.8%), 귤(68.4%) 등도 마찬가지다. 체감물가는 더 하다.

사실 농산물 물가 불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부가 공급물량 해소를 위해 사과·배 재배물량을 각각 3배, 1.5배 늘리기로 하고 지정 출하 방식으로 직접 관리하겠다고 나선 것은 뒤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사과·배만의 문제가 아니다. 배추·파 등 여타 농산물 파동도 연례행사처럼 치르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잦은 비와 가뭄 등에 대처하지 못하면 언제든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농산물에 대한 생산과 관리 등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틀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 품종 개량과 함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먹거리물가가 중요한 것은 저소득층에게 더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소득의 절반이 식비로 나가는 형편이다. 이미 지난 1년간 안 오른 게 없을 정도다. 실제 정부가 조사한 306개 생필품 중 가격이 오른 제품은 모두 167개로, 1년 새 평균 9%가 올랐다. 다른 데 쓸 돈이 줄 수밖에 없다.

우려스러운 것은 국제유가가 다시 꿈틀거리고 환율도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유가불안으로 석유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 올라 14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고, 환율도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고물가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에 두고 재정 지원·유통 개선은 물론 수입 다변화 등도 고려해야 한다. 수출 호조로 살아난 온기를 살려 소비활력까지 끌어내는 경제 운용의 묘를 발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