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LG 등 대기업들이 AI(인공지능), 전기차 등 산업의 대격변기에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 계획을 27일 잇따라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말까지 앞으로 3년간 국내에서 8만명을 채용하고 전기차 전환 등에 68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LG그룹도 2028년까지 5년간 AI, 바이오, 배터리 등의 분야에 102조원을 투자한다고 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 국내 주요 11개 그룹은 향후 3~5년간 106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현대차와 LG는 각각 2025년, 2026년까지 투자 계획을 밝혔는데, 이번에 1~2년 더 미래 시점까지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4%에 그치며 장기 저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불황 속 미래투자는 한국경제의 항로를 밝게하는 등불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현대차그룹 내 주력 빅3 기업인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3곳은 지난 2020년부터 작년까지 68조190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현대차그룹이 3년간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 68조원에 꼭 들어맞는다. 경영 환경이 불확실하다고 벌어들인 현금을 쌓아둔 채 현재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정의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로 자율주행, 첨단항공교통, 로봇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 격차를 벌리는 걸 목표로 삼았다. LG는 2018년 취임한 구광모 회장이 그룹 미래 먹거리이자 신성장동력으로 제시한 ‘ABC(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 등에 투자재원 102조원의 50% 이상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기업과 국가의 성장은 기업인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으로 발현된다고 하는데 두 CEO의 과감한 행보는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취업난을 겪는 청년층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라는 점이다. 현대차의 3년간 8만명 채용은 2022년 삼성이 발표한 5년 8만명 보다 연평균 기준 매년 1만명 가량을 더 뽑는 셈이다. 국내 부품산업에 미치는 추가 고용 효과를 더하면 19만8000명에 이른다. LG도 이번 투자로 3만5000~4만명의 고용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한 나라의 경제성장은 통상 투자, 소비, 정부지출, 수출을 늘려 이뤄진다. 가장 쉬운 방법은 정부지출을 확대하는 것이지만 국가부채, 고물가, 신용등급 강등 등 부작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책은 기업의 투자→일자리 증가→ 내수 활기→경제성장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기업의 통 큰 투자에 우리 사회가 규제 혁파와 노동시장 유연화로 화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