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공천을 받은 조수진 후보가 22일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후보직을 사퇴했다. 총선 후보 등록 마지막날에 자진 하차한 것은 이례적으로, 민주당의 ‘엉터리 공천’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만큼 조 후보 공천 과정엔 잡음도 많았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변호사인 그가 스스로 물러난 것은 지난 19일 이 지역 현역의원인 박용진 후보와의 재경선에서 이겨 공천을 받은 지 사흘 만이다. 조 변호사는 ‘성범죄자 변호 이력’으로 박 후보와의 재경선 때도 뒷말이 일었다. 그는 성범죄 가해자 측에서 변호를 맡으며 “피해자는 아버지에게 당한 것”, “피해자다움 부족” 등 2차 가해성 변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성계는 물론 당내 일각의 반발을 야기했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도부는 조 변호사의 자진 사퇴 전날까지도 그를 옹호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조 변호사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국민께서 판단할 것”이라고 일축하며 되레 “국민의힘 후보 중에 별 해괴한 후보가 많다”며 여당 공세 쪽으로 화살을 돌렸다. 당 역시 “공천 번복은 없다”며 강행 분위기를 보였다. 하지만 패륜적이고 반인권적인 변론 내용이 양파껍질 까듯 계속 드러나면서 여당은 물론 “조 변호사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인간이 돼라”(녹색당), “성폭행 피해 아동에 대해 법을 가장한 2차 가해를 서슴없이 자행한 조 변호사의 공천을 즉각 철회하라”(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여성계쪽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당 내부에선 사퇴론이 급부상했다. 조 변호사 공천을 강행할 경우 총선 전체에 큰 악재가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진 것이다. 성인지 감수성에 둔감했던 민주당의 자화상을 그대로 노출한 셈이다.

그렇잖아도 강북을 공천 과정이 공정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던 상황에서의 조 변호사 하차는 민주당으로선 큰 상처로 남게 됐다. 강북을은 비명계 박용진 의원 ‘찍어 누르기’ 논란이 일었던 곳이다. 결정적인 몇몇 순간에 이재명 대표를 비판한 박 의원이 단단히 미운털이 박혔고, “박용진 만큼은 절대로 안된다”는 친명계 공감코드가 포착되기도 했다. 결국 경선 득표에서 30% 감산 조치를 받은 박 의원을 누르고 정봉주 후보가 본선 진출했으나 ‘목발 경품’ 발언 후폭풍에 하차했고, 재경선 승리자인 조 변호사마저 사퇴한 것이다.

어쨌든 강북을에선 민주당 후보 2명이 잇따라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를 기록하게 됐다. 당 지도부의 ‘사심 공천’, ‘졸속 공천’이 곁들여지면서 이런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진 것은 분명하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원한다면 ‘강북을 소동’에 대한 뼈아픈 반성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