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퀀텀 리프가 필요할 때

2007년은 출시된 아이폰은 애플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고 협력업체, 앱스토어 생태계 등을 통해 2018년 미국에서만 45만개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최근 디스플레이 산업의 화두는 CES 2024에서 보듯 무기발광 디스플레이다(이하 “iLED”). 중국의 TCL은 163인치 마이크로LED TV를 선보였고 국내기업도 투명 TV와 118인치 TV를 공개했다. iLED의 등장은 아이폰의 사례처럼 LCD, OLED로 고착되어 있는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가져다 줄 것으로 평가된다.

무기물을 광원으로 사용하는 iLED는 0.3에서 300인치까지 무한확장과 높은 투명도와 고신축 디스플레이 제작이 가능해 AR, 초대면적/고투명 TV 및 사이니지, 자동차 등 다양한 제품에 응용될 수 있지만 기술 미성숙 등으로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

중요한 점은 단일 기업의 노력으로 문제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OLED는 패널사의 로드맵에 맞는 정부지원과 소부장 기업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 확보가 가능했다. 하지만 iLED는 LED 등 공정주체가 다양하고 표준공정이 부재한 상황으로 화소부터 패널/모듈 전 주기 단계에 해당하는 기업의 협력이 동반돼야 한다.

조명으로 시작한 LED는 LCD·미니LED TV의 외부광원인 ‘1세대 LED’로 디스플레이에 진입했으며 소니의 ‘클레디스’와 삼성전자의 세계 최초 마이크로LED TV를 기점으로 자발광 디스플레이인 ‘2세대 LED’로 진화했다. CES 2024에서 국내외 기업들이 선보인 제품에도 30~100㎛ 크기의 동급 LED가 적용되었다.

2세대 LED 경쟁에서 한국이 앞서는 듯하나, 국내기업 제품에 적용되는 LED는 중국과 대만에서 수입 중이며 패널과 모듈을 만드는데 필요한 전사·접합 장비 등 핵심 소부장 역시 해외 의존율이 높다.

반면 경쟁국인 대만은 1세대 LED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2세대 LED에 집중하고 있으며 중국 BOE도 LED기업인 HC 세미텍과 협력해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건설 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의 자립공급망 부재는 iLED 분야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 1억원을 호가하는 슈퍼 럭셔리 TV 등 한정된 시장에서 벗어나 메타버스·자율차 등 신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3세대 LED’라 할 수 있는 5㎛ 이하 초미세·고효율 LED로의 혁신과 관련 생태계가 필요하나, 2세대 LED에 대한 공급망조차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작금의 상황에서 정부가 발표한 40㎛급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비 지원과 30㎛ 이하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에 대한 국가첨단전략기술 지정은 환영할 일이다.

한국은 2000년대 디스플레이 시장의 1%도 안 되는 OLED의 가능성에 집중하고, 정부와 산학연이 결집해 전 세계 80% 이상을 점유하는 OLED 산업을 만든 저력과 LED 제조의 기반이 되는 반도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iLED에 대해 세계 각국이 고민하는 지금, 다시 한 번 ‘디스플레이 원팀 코리아’를 결성해 1등 산업을 탄생시켜야 한다. 그것이 ‘OLED가 놀라운 나라, 대한민국’이 나아가야할 길이며 또 한 번의 퀀텀 리프가 될 것이다.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