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최대 영화관 CGV광주터미널점 가보니
코로나19로 빼앗긴 고객 모시기에 ‘안간힘’
25일부터 극장 등 다중이용시설 취식 가능
‘영화보며 팝콘먹기’ 평범한 일상회복 스타트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영화 1000원, 팝콘도 1000원’
25일 오후 호남 최대 영화관 CGV광주터미널점 안내데스크에 붙어있는 문구다. 천원짜리 두장이면 영화도 보고 팝콘도 즐길 수 있다. 평일이라 붐비는 시간은 아니었지만 20여명의 손님들이 한손엔 콜라, 팝콘을 즐기고 있다. 코로나 상황에 생경한 풍경이다. 달달하면서도 고소한 팝콘 냄새에 지갑을 여는 고객도 있다.
정부가 이날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금지해왔던 실내 다중이용시설 취식을 허용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영화관을 비롯해 대형마트, 백화점, 실내체육시설 등의 취식이 가능해졌다. ‘영화보고 팝콘먹는’ 익숙한 일상이 ‘어색한 일상’이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코로나 19 감염병 등급이 2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1급 감염병에서 제외되면 격리의무가 사라진다. 코로나 관리체계의 많은 부분이 바뀌면서 우리의 일상도 하나둘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명당, 박열, 82년생 김지영, 극한직업·’
한창 인기를 얻었던 영화들이 이날 스크린을 차지했다. 20대 대학생과 영화 마니아들이 삼삼오오 대기석을 지키고 있다. 영화관에 손님이 몰리자 주변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햄버거 가게도 모처럼 활기가 보인다. 주변 상권도 서서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관은 여전히 적자가 예상된다. ‘가성비 200%’에 손님은 웃지만 극장은 우는 상황이다.
CGV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문화공연업계의 맏형격인 영화관. 그동안 코로나19 직격탄을 제대로 맞았다. 대중들이 넷플릭스, 유튜브 등 비대면 콘텐츠에 길들여지기 시작하면서 영화산업 자체가 후퇴했다. 소비패턴과 고객경험이 바뀌면 존립기반은 사라진다.
영화관이 팝콘과 음료를 내주며 고객 붙들기에 나선 이유는 절박함이다.
이곳에는 아이맥스 3D영화관을 비롯해 상영관만 11곳이 있다. 코로나 전만 하더라도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든 광주의 핫플레이스였다. 하지만 거리두기로 관람객이 끊겼고 찬서리를 맞았다.
CGV 매표소에서 일하는 A씨는 “2년만에 처음으로 영화를 보며 팝콘도 먹는다는 사실에 고객반응이 나오고 있다. 단순히 먹는 것보다는 문화를 즐긴다는 행위 자체에 만족감을 얻는 것” 이라며 “아직은 평일이라 손님이 많지는 않지만 주말에는 꽤 많은 손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CGV를 품고 있는 광주유스퀘어는 광주최대 복합쇼핑공간이다. 광천버스터미널과 영풍문고, 까페, 미용실, 음식점 등이 밀집돼 있다. 바로옆에는 광주신세계백화점, 이마트 광천점이 있다.
이날 이마트는 기대와 달리 시식코너를 운영하지 않았다. 대신 고객이 모이는 주말을 맞아 판촉이벤트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실제 라면과 커피코너 담당 판촉직원들이 줄자를 재며 시식과 프로모션 아이디어를 나누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판매사원은 “아직까지는 위생 등을 고려해 시식코너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며 “주말쯤이면 예전처럼 시식코너를 개설해 고객 모시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