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센터 분관1호 ‘퐁피두메츠’ 가보니 日 반 시게루 설계 ‘자연친화적’ 건물 소도시 메츠 방문객 절반이 미술관람 목적 年 32만명 발길 8000만유로 창출 효과 라비뉴 관장 “한국작가와 협업하고파”
[파리(프랑스)=김아미 기자] 프랑스 파리 북동쪽으로 약 200㎞. 중소도시 메츠(Metz)에 활기를 불어넣은 곳이 있다. 바로 퐁피두센터 분관 1호인 ‘퐁피두 메츠(관장 엠마 라비뉴ㆍEmma Lavigne)’다. 파리 동역(Gare de l’Est)에서 고속열차 떼제베(TGV)로 약 2시간 반 정도 소요되며, 메츠 역으로부터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퐁피두 메츠는 파리에 집중된 문화예술 기능을 지방으로 ‘분권화(Decentralization)’하고,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10년 세워졌다. 12만여점에 달하는 국립 파리 퐁피두센터의 컬렉션 일부를 상설 전시하는 것은 물론, 자체 초대전, 기획전 등을 통해 프랑스 현대미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미술관 건물은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가 설계했다. 대나무, 섬유, 재활용 종이, 플라스틱 등을 이용한 자연친화적 건축물은 물론, 전세계 재난 현장에서 인도주의적 피난처를 만들어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2014년)’을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다.
연간 평균 관람객 32만명. 퐁피두 메츠가 들어선 이후 메츠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퐁피두 메츠에서 만난 엠마 라비뉴 관장(디렉터)은 “메츠 방문객 2분의 1이 퐁피두 메츠를 보기 위해 온다”며 “메츠를 둘러싸고 호텔, 쇼핑몰이 들어서는 등, 한 해 6000~8000만 유로(약 800억~1000억원)의 지역경제 창출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문화 교류의 일환으로 메츠에서 진행했던 한국작가 김수자의 초대전이 “환상적”이었다고 극찬하며, “다양한 많은 한국 작가들과 협업을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라비뉴 관장과 일문일답.
-건축물의 독특한 외관이 눈에 띈다. 어떤 콘셉트인가.
▶공모를 통해 선정된 건축가 반 시게루가 설계했다. 외관은 물론 건축물 내부 설계도 실용적인 콘셉트다. 시게루의 건축물은 미술관 철학과도 연관이 있다. 시게루는 고베 지진 때 만든 건축물로 유명하다. 퐁피두 메츠 외관은 밀짚모자 같은 모양이다. 자연을 보호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퐁피두 메츠도 국립인가. 컬렉션을 갖고 시작한건지.
▶시 예산으로 설립, 운영되고 있다. 국립 퐁피두 파리와는 무관하다. 다만 그쪽의 컬렉션을 가져올 수 있는 특혜는 있다. 독일 쿤스트할레와 비슷한 콘셉트로 지어졌다. 미술관이 아닌 아트센터이기 때문에 컬렉션은 따로 없다.
-미술관이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됐나.
▶확연하게 달라졌다. 1년에 퐁피두 메츠 관람객 수가 32만명 정도이고, 메츠 방문객 중 절반은 퐁피두 메츠를 관람하기 위해 온다. 6000~8000만 유로의 이익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또 퐁피두를 둘러싸고 호텔, 쇼핑몰이 들어서는 등 지역이 활성화되고 있다.
-원래 메츠는 어떤 도시였나.
▶주요 산업은 철강이었다. 그런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위기를 겪었다. 대안이 필요했고, 그것이 미술관이었다. 지금은 관광 쪽으로 수입을 얻고 있다.
-미술관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수익을 내는 구조인지.
▶매해 다르지만 1년에 1250만 유로(약 167억원) 정도 투입된다. 티켓을 판매하고 기업 메세나를 유치하는 등 자체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을 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전시 하나를 여는 데도 굉장히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시의 지원이 중요하다. 관광 수입 등 경제창출 역할을 퐁피두 메츠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퐁피두 메츠 전시의 특장점은 뭔가.
▶큰 기획전을 위해 작가들과 오랜 시간 연구 조사를 실시한다. 전시를 위해 보통 2~3년은 준비한다. 개인전도 전통적인 회고전이 아닌, 작가의 작업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전시를 한다. 물론 퐁피두 파리의 컬렉션을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퐁피두 파리에 로열티를 따로 지불하나.
▶그렇지 않다. 작품 운송비, 보험료는 지불하지만 대여료는 따로 없다. ‘미술의 민주화’가 메츠를 만든 목표다. 메츠 뿐만 아니라, 스트라스부르 등 다른 지역 미술관에도 대여료 없이 컬렉션을 보내 전시를 연다. ‘문화 향유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미술관이라는 문화 인프라가 왜 중요한가.
▶미술의 민주화를 위해서다. 이는 프랑스 문화 정책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국립 컬렉션은 미술관 뿐만 아니라 각 지역 문화기관, 학교, 공장에도 무료로 대여한다. 2011~2013년쯤 2년에 걸쳐 ‘퐁피두센터 모빌’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전시기관이 없는 작은 마을에 석달씩 머무르면서 퐁피두 주요 컬렉션 15점을 선보이는 전시였다. 관객 반응이 무척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