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부족으로 공공시설물 60%는 내진성능 미흡
-국ㆍ영ㆍ수 공부에만 몰입…안전교육은 형식적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동일본 대지진에 이어 일본 구마모토 현에서 규모 7.8의강진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지진이 났을 때 건물 붕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내진 설계나 보강공사는 예산과 시간 문제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진이 닥쳤을 때 학생들의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실시하는 재난 안전 교육도 입시교육에 밀려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18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수립한 ‘기존 공공시설물 내진보강 기본계획’에 따라 1단계 보강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 10월까지 내진 성능이 갖춰진 공공시설물은 4만4732개, 전체 시설물의 42.4%다. 2011년 공공시설물의 내진 성능 확보비율이 37.2%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5년 동안 5.2% 시설물만 추가로 내진성능을 확보한 것. 안전처는 2020년까지 내진 보강 사업을 실시해 내진율을 49.4%로 높인다는 계획이지만 여전히 절반이 넘는 공공시설물이 지진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놀이시설(14%)이나 각급 학교(23%), 항구(25%), 전기통신설비(36%)등 지진이 났을 경우 인명피해를 입기 쉬운 어린이 관련 시설이나 국가기반시설에 대한 내진 보강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강 공사가 지지부진한 원인은 돈이다. 각 중앙 행정기관과 지자체는 소관 시설물의 내진 보강을 위해 예산을 자체 편성해야 한다. 부족하면 국고보조금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자체 등이 계획을 수립한 후 매년 국고보조금을 요청해 받은 보조금은 지난해 국민안전처가 지원한 재난안전특별교부세 178억원이 유일하다.
민간 건축물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2005년 이전에 건설한 3층 이상 민간 소유 건축물 대부분이 내진 설계가 없는 상황이다. 1988년부터 6층 이상 건축물에 내진설계가 의무화됐고 2005년부터는 3층 이상 건축물로 확대됐지만 1988년 이전 건축물과 1988년부터 2005년 7월 사이에 지어진 3∼5층 건물에 대해서는 어떤 기준도 세워져 있지 않다.
정성훈 인하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국내 정책 상 지진 대응 주기는 2500년인데 건물 수명을 평균 50년으로 잡으면 내진 성능 보강으로 혜택을 받을 확률은 2%도 채 안 된다”면서 “건축주 개인이 돈을 들여 공사를 할 유인이 적다는게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1~2층 규모의 민간 건축물의 내진설계를 보강하면 재산세와 취득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신축의 경우 10%, 대수선 건축물은 50%가 감면된다. 그러나 홍보 부족으로 작년 6월까지 감면 건수는 4건에 불과했다.
실제 지진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지진 대피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유·초·중·고교에 ‘안전교육 7대 표준안’을 마련해 학년별로 연간 51시간씩 안전교육을 하도록 명문화했다. 하지만 일반 교과 과목 교육에도 바쁜 상황에서 51시간의 안전교육은 이뤄지기 힘들다는 게 교육 현장의 목소리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지진 발생 시 1차로 학교 건물 밖으로 대피하고 2차 대피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는 점을 구두로만 알려주고 1년에 3~4차례에 불과한 민방공 훈련에만 대피 훈련을 하는 정도다.
서울 구암중학교에서 재난교육을 대표로 맡고 있는 교사 김용대 씨는 “안전 교육이 배정된 체육이나 보건, 과학이나 기술 교과시간에 15분 이상 씩 교육이 이뤄져야 51시간을 채울 수 있지만 현실상 가능한 것은 5분이 최대치”라면서 “분기당 2시간 만이라도 실습 위주의 훈련이 이뤄져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