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집적 설계기술 등 개발 세계 첫 10나노급 D램도 양산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D램 시대’를 열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계에서 ‘불가능’으로 여겨지는 10나노의 벽도 허무는 X나노급 D램 기술 개발에 도전, 프리미엄 D램 시장을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5일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D램 양산을 위해 ‘초고집적 설계 기술’과 ‘사중 포토 노광 기술(Quadruple Patterning Technique)’, ‘초균일 유전막 형성 기술’ 등 3가지 혁신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없이도 10나노급 D램을 양산, 프리미엄 제품의 제조 경쟁력을 더욱 높였다.
‘초고집적 설계 기술’은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차세대 반도체 설계 기술로, 기존 20나노 8Gb DDR4 D램보다 생산성을 30% 이상 끌어올렸다. 제품 역시 동작속도는 30% 빨라지고, 소비 전력은 20%까지 절감할 수 있어, 차세대 엔터프라이즈 서버에 최적화된 상품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일단 양산에 성공한 10나노급 D램 제품으로 PC와 서버 같은 전통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물론, 모바일 D램의 추가 양산을 통해 초고해상도 스마트폰 시장까지 지속적으로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10나노급 D램은 글로벌 IT 고객들에게 최고 효율의 시스템 투자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며 “향후 차세대 초고용량 초절전 모바일 D램 출시를 통해 모바일 시장 선도 기업들이 더욱 혁신적인 제품을 적기에 출시해 글로벌 소비자의 사용 편리성을 대폭 향상하는데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 관계자는 “D램에서 공정의 한계는 없다”며 “한 자리 수의 나노 공정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미세화 기술의 한계는 없다. 기술 혁신은 계속 이어져 미래에도 반도체산업에 더 많은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의 말과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의 D램 기술은 경쟁 업체 대비 약 2년가량 빠르다. 이날 삼성전자가 양산을 발표한 10나노 공정의 경우, 경쟁사들은 아직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20나노급 공정 수율 높히기가 반도체 업계의 화두”라고 D램 시장의 현황을 전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2월부터 세계 최소 크기의 10나노급 8Gb(기가비트) DDR4(Double Data Rate 4) D램을 양산하기 시작한 것 자체가 놀랍다는 반응이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2년 앞선 10나노 대 D램 양산은, 성장 정체에 빠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이날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주요 업체들의 매출이 약 2% 감소했다고 집계했다. 2009년 이후 매년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던 반도체 시장이 6년만에 본격적인 불황기에 접어든 것이다. IHS는 오는 2010년까지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연 평균 2%대로 예측했다. 다만 이 가운데서도 삼성전자는 8%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앞선 공정 경쟁력으로 만든 기술과 가격 우위로 반도체 시장의 불황을 정면 돌파한 것이다.
최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