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유럽연합(EU)이 난민 유입을 전방위로 차단하기 위해 강도높은 칼을 빼들었다. 그리스의 난민 수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난민을 다시 터키로 송환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또 터키의 에개해 난민 밀입국 단속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3조9000억원의 자금도 추가로 지원한다.
7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EU-터키 정상회담에서는 터키로부터 그리스로 유입된 난민을 대규모로 송환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특히 이번 정상회의 후 발표될 성명 초안에는 “국제적 보호가 필요 없는 불법적인 난민은 대규모로, 신속하게 터키로 송환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의에서 터키 측은 유럽에서 망명이 거부된 이주민과 해상에서 적발된 밀입국 난민을 다시 받아들일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터키 측은 지난 11월 EU-터키 정상회의에서 EU가 지원을 약속한 30억 유로(약 3조9000억원)의 조기 지급과 추가 지원금 등 반대급부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정상회의 성명 초안에 따르면 EU는 추가로 30억 유로를 2018년말까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터키 국민에 대한 비자면제 시기도 오는 6월 말로 앞당겼다.
터키는 지난해 11월 난민의 유럽행을 저지하는 대신 EU로부터 30억 유로를 받아 터키 내 난민캠프 증설 등에 사용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그 이후 터키 정부는 난민선 단속을 강화하고 시리아 난민에게 노동비자를 발급하기로 했지만 EU로부터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 3일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와 만난 후 “너무 많은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 들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제 대규모의 송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것이 난민 밀입국업자의 사업을 효과적으로 저지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부토울루 총리는 이날 회의 시작전 기자들에게 “터키는 불법 이주민을 차단하기 위해 EU와 모든 협력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에게해를 넘는 난민을 모두 막을 수는 없다. 난민 문제의 모든 책임을 터키가 질 수는 없으며 우리는 공평한 부담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발칸 국가들의 국경 통제와 발칸 루트를 차단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EU 정상들이 난민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발칸 루트 폐쇄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번 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혀 논란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또 난민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망명 시스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이번 EU-터키 정상회의에서는 난민에 대한 망명 허용 심사 과정에서 EU의 권한을 확대함으로써 난민 도착지 국가인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정상회의 성명 초안에 따르면 EU는 망명 신청자에 대한 모든 책임을 EU 망명지원사무소(EASO)로 이전시킬 계획이다. 현행 ‘더블린조약’ 체제 하에서 난민들은 처음 도착한 EU 국가에서 난민 신청을 해야 한다. EU 집행위원회는 새로운 망명 정책과 함께 난민 강제 할당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EU 집행위는 난민 16만명을 EU 회원국이 분산 수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은 난민 강제할당 방식에 대한 합의를 촉구했으나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이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아 결국 지난해 9월 EU 각료회의에서 가중 다수결 방식을 표결로 분산 수용안이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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