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에 단 3편의 영화에 출연하고도 전설로 남게된 제임스 딘(1931~55). 찡그리듯한 매력적인 곁눈질, 우수어린 표정, 청바지와 모터사이클은 1950년대 관습을 거부하고 기성세대에 저항하는 ‘비트 제네레이션(beat generation)’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그를 전설로 만든 것은 1955년 제작된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이다. 부모에게서 이해받지 못하고 방황하는 10대 소년 짐 스타크를 연기한 제임스 딘은 특유의 찡긋거리는 표정과 붉은 재킷으로 1950년대의 아이콘이자 10대들의 우상이 됐다.
1931년 출생한 제임스 딘은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 전쟁을 경험한 세대의 ‘다음 세대’다. 실제로 치과의사였던 그의 아버지 윈튼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바 있다. 제임스 딘 세대에게 전쟁은 그 자신의 문제였다기보다는 ‘아버지의 비극’이었던 셈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후 세계 최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한 1950년대 미국의 모습 또한 제임스 딘 세대에게는 반항의 이유가 됐다. 당시 미국은 이른바 ‘풍요로운 사회’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었다. 중산층은 탄탄해졌고 대기업들이 속속 출현했다. 세계대전 이후 보급되기 시작한 텔레비전은 결정적으로 당시의 미국 사회를 ‘군중(mass)의 시대’로 인도했다. 개인보다는 집단의 가치가, 개성보다는 획일화의 정신이 주류를 점해가는 시대의 한가운데에서 제임스 딘은 특유의 찡그린 인상에 우수어린 표정으로 스크린에 나타나 부모 세대에 대한 ‘이유 없는 반항’을 쏟아냈던 것이다.
그러나 제임스 딘 사후에 밝혀진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찡그린 우수어린 표정이 사실 사물의 형태를 겨우 흐릿하게 식별하는 시각장애를 앓음으로서 생긴 버릇이었다는 것. 장애였지만 그것이 바로 ‘비트 제네레이션’을 탄생시킨 것이다.
박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