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습기간 내세워 안 주거나 부당 근로계약 내세워 떼먹거나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2016년 법정 최저임금이 지난해보다 8.1% 인상된 6030원으로 결정됐지만,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200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의 급여를 받은 근로자는 222만1000여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11.5%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 근로자의 10명 가운데 1명 꼴이다. 고용주들이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도 여러가지다.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지급= 이성진(가명) 씨는 집에서 가까운 편의점에서 약 2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업무상 문제로 사장과 마찰이 생겨 그 자리에서 해고당했다. 근로 계약서도 없어 시급 4000원으로 임금을 계산해 현찰로 받았다. 이 씨는 “사장이 남은 임금을 다시 받으러 오라고 해서 계좌번호로 알려줬는데 지급이 안 되고 있다”며, “증거라고는 편의점 나오기 전에 찍은 근무시간표 밖에 없는데 남은 임금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이 씨는 남은 임금을 받을 수 있을까? 정답은 ‘최저임금으로 계산된 임금을 받을 수 있다’다. 다만 근로계약서가 없고 임금도 현금으로 받았기 때문에 사장과의 통화 내용을 녹음이나 문자 내용 캡쳐 등을 통해 시급과 체불을 증명해야 한다.
한편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금액을 임금으로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해 무효가 되며, 최저임금액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간주된다.
▶수습 기간 핑계로 최저임금 미지급= 강한나(가명) 씨는 한식당에서 월급 150만원을 받으며 2개월간 일하다가 3개월 차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보름만 일하고 그만두게 됐다. 그러자 사장은 강 씨에게 수습 기간 얘기를 꺼내더니 “1~2개월차에 받은 월급을 수습기간으로 바꿔서 더 받은 금액을 이번 3개월 차에 받을 월급에서 깎고 주겠다”고 말했다. 강 씨는 “처음부터 수습기간 얘기가 없었는데 갑자기 수습기간을 적용하는 게 가능한 건지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당연히 사장은 강 씨에게 수습기간을 사유로 임금을 감액할 수 없다. 수습을 사유로 임금을 감액하기 위해서는 1년 이상 근로계약을 맺어야 하지만, 강 씨의 경우엔 이같은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강 씨가 1년 이상의 근로계약을 맺은 ‘수습’이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최저임금법 제5조에 따라 3개월간 최저임금의 90%만 지급받을 수 있다.
▶부당한 근로계약으로 최저임금 미만으로 임금 삭감= 윤혜영(가명) 씨는 지난 2014년 아르바이트 시급 6200원으로 고용계약서를 작성했다. 당시 그는 계약기간을 최소 3개월 이상으로 정했는데, 고용계약서에는 근무상태가 불량일 경우 최저임금(5210원)의 90%(4680원)로 임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었다.윤 씨는 “9월 말에 근무상태 불량으로 계약이 취소되며 7~9월의 급여를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받았다”고 억울함을 밝혔다.
이같은 고용계약서에 효력이 있을까?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20조에 의거,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등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무단지각 3번 이상 시 하루치 일당은 지급되지 않는다’거나 ‘퇴사 시 본인 자리를 대체할 아르바이트생이 구해질 때까지 근무가 가능해야 하며, 지불해야 할 남은 금액은 최저 임금의 90% 시급을 적용해 지급한다’ 등은 모두 부당 근로계약이다.
▶최저임금으로 인한 갈등을 피하는 방법은?= 그렇다면 최저임금으로 인한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이에 대해 알바연대 알바노조 관계자는 “알바 상담을 요청하는 대부분의 문제가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라며 “하루를 일하더라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피해가 있을 때 근로 계약서를 통해 근로 여부나 처우 등을 간단히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계약 사항들이 너무 어렵고 복잡해 잘 모르겠다고 하면 고용노동부에서 제공하는 ‘표준근로계약서’ 양식을 참고하라”면서, “근로계약서 작성시 각 항목들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고 특히 주휴수당과 최저시급을 잘 확인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