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회사 창립기념일은 직원들에게 ‘빨간 날’ 보너스입니다. 통상 노사 합의에 의해 회사가 만들어 진 날 하루는 회사 직원 모두가 모처럼 쉬는 날로 정하곤 하는데요. 회장님, 사장님의 ‘지루한’ 창립 기념사도 그래서 보통 전날에 먼저 나오곤 합니다.

하지만 올해 이통 3사 직원들에게 ‘창립 기념일 휴무’는 남의 이야기가 됐습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모두 창립 기념일이 주말 휴일과 겹친 까닭입니다.

우리나라 무선 전화의 첫 개통일이자, 전신 한국이동통신 설립인인 3월29일을 창립 기념일로 삼고 있는 SK텔레콤은 올해는 공교롭게도 창립기념일이 토요일과 겹쳤습니다. 그래서 기념 행사도 부랴부랴 27일로 압당겨 치뤘습니다. 150여 명의 선발된 직원들과 하성민 사장이 회사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 1층 로비에는 SK텔레콤의 30년 역사를 고스라니 담아낸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빨간 날 보너스를 그냥 날린 셈입니다. 하지만 막상 직원들은 아쉬움 보다는 ‘차라리 다행’이라는 표정이 더 크게 읽힙니다. 통신망 불통 사고부터 영업정지와 갤럭시S5 대소동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사고’가 많다보니, 막상 창립기념일이라고 쉬라해도 쉬지 못하고 출근했을 가능성이 높았던 까닭입니다. 눈치보며 나와야 하는 창립기념일 빨간 날 보너스는 없는 것만 못하다는 의미입니다.

KT와 KTF 합병일인 6월1일을 창립기념일로 하고 있는 KT 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6월1일은 일요일입니다. 역시 빨간 날 보너스 하루를 날린 셈입니다.

원래 KT의 창립기념일은 채신부 산하 부서에서 한국통신공사로 독립한 12월10일이였지만, 2000년부터 KT와 옛 KTF 합병일을 기념일로 바꿨습니다. 이 날이 바로 6월1일입니다.

그나마 LG유플러스 직원들은 행복한 편입니다. 비록 회사 창립기념일은 LG텔레콤과 데이콤, 파워콤 3개 통신회사가 LG유플러스로 하나가 된 1월1일이라, 매번 신정과 겹치지만, 대신 LG그룹 창립기념을에 쉬는 것으로 위안삼고 있습니다. 올해 LG유플러스 직원들은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과 마찬가지로 28일에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었습니다. 따뜻한 봄날에 금토일 3일 황금 연휴가 선물로 주워진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