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망설이는 이유는“대기업 중심 경제…생존 힘들어” 45%“현실 모르는 이상적인 정책때문” 31%필요한 창업 지원책은“연대보증 폐지-부채탕감 확대를” 54%“청년 창업지원 멘토링제도 강화” 23%

창업 망설이는 이유는 “대기업 중심 경제…생존 힘들어” 45% “현실 모르는 이상적인 정책때문” 31% 필요한 창업 지원책은 “연대보증 폐지-부채탕감 확대를” 54% “청년 창업지원 멘토링제도 강화” 23%

경기도 용인에 살고있는 김모(38) 씨는 지난 두 번의 창업을 통해 쓰라린 경험을 맛봤다. 통신 부문 국내, 세계 최초 기술을 개발했던 김 씨는 당시 거래하던 대기업에서 김 씨와 함께 근무했던 직원을 빼내 핵심 기술을 도용하는 바람에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힘들게 새로운 기술로 재기에 성공하는가 했던 김 씨는 이번엔 거래처인 대기업에 의해 타기업과의 거래 기회를 봉쇄당했고, 단가 후려치기로 인해 수익성이 낮아지는 바람에 결국 해당 사업에서 손을 뗄 수 밖에 없었다.

9일 헤럴드경제가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함께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2일까지 취업준비생 5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 대한민국 청년 창업 실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예비창업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창조경제의 주요 실현 방안으로 창업 활성화를 꼽고 이에 대한 각종 대책을 내놓은 것에 대해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제도로 보는 시각은 다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춘들의 창업포비아]“창업하면 뭐하나요? 어차피 하청기업 될텐데…”

▶대기업 중심 경제서 창업 정책은 무의미…창업 장려는 필요=우선 전체 응답자의 무려 45%는 정부의 창업 활성화 정책이 창업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로 ‘대기업 중심의 경제체제 속에서 창업자가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없는 산업구조’를 꼽았다. 이 같은 결과는 절반에 가까운 청년들이 우리나라가 현재 인수ㆍ합병(M&A)이나 상장과 같이 창업자가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가 불분명하고, 대기업의 기술 및 인재 빼돌리기 등의 문제가 심각한 현실로 인해 예비창업자들의 창업 의지가 꺾이는 경제구조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현실과 다른 이상적인 주장에 불과하다’(16%), ‘성공적인 국가의 예시만을 들며 한국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15%) 등의 응답이 2,3위를 차지하며 실제 창업 시장에서 청년들이 체감하고 있는 분위기를 정부 당국에서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탁상공론’에 불과한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이 밖에도 ‘취업이 창업에 비해 안정적’(11%)이란 의견에 공감하는 응답자도 많은 것으로 나타나며 불경기를 맞아 도전이나 모험 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청년들의 불안한 심리를 잘 보여주는 결과도 있었다.

반면, 응답자들은 청년층이 도전 정신과 용기를 갖고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는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17%는 ‘대기업 취업만이 최고로 생각하는 현실의 변화 필요’라는 의견에 공감했으며, 이어 10%의 응답자는 ‘창업은 개인 및 국가 경쟁력 향상의 기초’라고 응답했다.

▶연대보증 폐지ㆍ부채 탕감 확대…보다 구체적 창업정책 효과적=그동안 정부가 실시한 각종 창업 정책들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자세를 보이는 의견이 많았지만 최근 발표한 ‘연대보증 폐지’와 ‘정부자금 대상 부채 탕감비율 확대’ 등의 창업 활성화 대책에 대해서는 기대감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청년들은 창업을 망설이게 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4%가 ‘자금 부족 및 연대보증제도로 인한 신용불량자 양산 등 경제적 리스크’를 꼽았다.

이어 예비창업자들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창업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책으로는 ‘연대보증제도 폐지를 통한 신용불량자 발생 최소화’와 ‘성실실패자 대상 부채탕감비율 상향조정 통한 재도전 장려’가 각각 25%의 응답율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이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창업 지원 대책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라며 “그만큼 일자리 부족 등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이 새로운 활로를 뚫을 수 있는데 큰 힘이 보태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청년들이 필요하다고 꼽은 또다른 창업활성화 정책으로는 ‘창업 지원 멘토링 제도 강화’(23%), ‘창업 교육 통한 긍정적 이미지 형성’(17%) 등이 있었다.

한편, ‘연대보증 폐지’와 ‘정부자금 대상 부채 탕감비율 확대’ 등 창업 지원책이 확정ㆍ발표된 후 창업에 나설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50%의 응답자가 ‘예’라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나며 다소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이 같은 수치는 정부의 새로운 창업 지원 대책 발표 전에 긍정적 인식(39%)보다 10% 포인트 넘게 증가한 수치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