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족 - 추석등 명절은 제2의 휴식…가족끼리 일본·동남아로 D턴족 - 귀경길에 여행지 경유…꿩먹고 알먹고… 호캉스족 - 여유롭게 호텔+바캉스…평소보다 비용도 저렴 효도성형 - 연휴이용 눈꺼풀·보톡스…차례음식은 배달로 해결
제사ㆍ차례 등 전통의례를 중시하는 풍조가 약화되고, 바쁜 현대인에게 쉼이 필수적이란 인식이 강해지면서 명절 풍속도도 급변하고 있다.
명절 연휴를 이용해 가족 여행을 떠나거나, 명절 선물로 부모님의 주름 제거 수술을 해드리는 사람도 늘어나는가 하면 차례 음식도 배달시켜 장만하는 주부들도 많아지고 있다.
▶“명절은 제2의 휴가”=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전모(40) 씨는 “본가는 의정부이고 처가가 부산이라 도전히 명절 때 두 곳을 모두 다닐 수가 없다”며 “처가엔 지난 여름휴가 때 다녀왔기 때문에 이번 추석 연휴 땐 아내와 아이들 데리고 필리핀에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7일 하나투어에 따르면 돌아오는 추석연휴의 예약된 해외여행 수요는 작년 같은 때에 비해 13% 증가했다. 동남아는 비행시간이 5시간 안팎으로 짧고 가격도 저렴해 가족 여행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고, 일본은 ‘엔저(低)’로 비용부담이 줄어 온천여행지로 선호된다. 차례를 중시하지 않는 집안에선 아예 조부모와 손주까지 함께 해외로 떠나는 ‘3대(代) 여행족’도 등장하고 있다.
▶‘일타이피’D턴족 확산=귀경길에 여행지를 거쳐 오는 이른바 ‘D턴족(族)’도 늘고 있다. 고향으로 내려간 뒤 다른 여행지를 경유해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알파벳 D와 닮았다고 D턴이라 불린다.
고향이 전남 광주인 김모(39) 씨는 이번 추석 땐 금요일(25일) 저녁에 떠나 일요일(27일) 아침에 다시 전주로 출발, 그곳에서 하루 머물며 한옥마을 등을 구경한 뒤 다음날(28일) 남이섬을 들려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계획하고 있다. 김씨는 “이번 추석은 연휴가 짧은 편이지만, 서둘러 부모님 뵙고 여행까지 겸하면 일석이조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D턴족들 때문에 대전, 동탄 등 고속도로 인근 비지니스 호텔들이 명절 특수를 누리고 있고, 더 많은 귀경객들을 유인하기 위해 각종 프로모션도 벌이고 있다.
명절 때 호텔에서 여유를 즐기는 ‘호캉스(호텔+바캉스)족’도 신 풍속도다. 명절이 비수기인 호텔들은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의 객실비를 내세워 저가 마케팅을 벌이는데, 뷔페 식사권 등이 포함된 명절 패키지는 고생한 아내를 위한 선물로도 인기가 높다.
▶“젊음 돌려드리는게 진짜 효도”=명절연휴기간을 이용해 자녀들에게 ‘효도관광’이 아닌 ‘효도성형’을 받는 부모들도 많아지고 있다. 다수의 성형외과에 따르면 연휴를 이용해 처진 눈꺼풀이나 눈 밑을 개선하는 상·하안검 수술이나 회복기간이 짧은 보톡스나 필러와 같은 시술에 예약이 몰려들고 있다.
차례음식도 배달로 해결하는 시대다. 인터넷 클릭 몇번이나 전화 한통이면 각종 전과 나물, 제수용 과일 등이 깔끔히 포장돼 배달된다.
서울 강남에 사는 이모(42) 주부는 “집에서 전 부치면 기름 냄새에 재료를 장보는 것도 힘들어 작년부터 배달로 제사음식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 추석 때도 바로 큰집으로 배달시켜서 차례를 지날 예정”이라고 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대에 따라 명절의 풍속도가 변화하는 것을 막는다기보단 좋게 승화시켜야 되는 것”이라며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거기서 다함께 차례를 지내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