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경북 상주에서 일어난 ‘농약 사이다’ 사건이 2일 발생 50일째를 맞았다.

검찰이 범인으로 지목한 박모(82) 할머니를 구속 기소하는 과정에서 여러 유력 증거들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르면 내달 열리는 국민참여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약사이다’ 50일…아직도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copy(o)1-copy(o)1-copy(o)1

박 할머니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크게 ▷사건 전날 화투놀이 중 심하게 다퉜다는 피해자 진술 ▷박 할머니 옷 등 20군데가 넘는 다수의 지점에서 검출된 살충제 성분 ▷박 할머니 자택에서 살충제 성분이 든 드링크제 병이 나온 점 ▷범행 은폐 정황이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 등을 유죄 입증의 결정적 증거로 제시한 상태다. 경찰과 검찰에 따르면 박 할머니는 평소 마을회관서 10원짜리 화투 놀이를 하면서 속임수를 벌인 것이 다른 할머니들과의 다투는 이유가 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전날에도 이 때문에 한 할머니가 박 할머니에게 화투패를 집어던지고 나왔을 정도로 격한 싸움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당일엔 박 할머니가 평소보다 1시간 일찍 나와 종전엔 간 적이 없는 한 할머니의 집을 들러 동태를 파악한 사실이 CCTV를 통해 밝혀졌다. 전날 패를 집어던진 할머니의 집이었다.

또 박 할머니의 바지, 상의, 전동휠체어, 지팡이 등 총 21곳에서 사이다 안에 들어있던 메소밀(고독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고, 피고인 집 울타리에선 이것이 든 박카스 병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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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직후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가는 경찰차 안에서도 걱정스러워하는 신고자와는 달리 웃으며 통화하는 모습이 촬영되기도 했다.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하는 박 할머니에 대해 허위 진술 결과가 나왔다. 또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들은 박 할머니가 과거 생활에서 겪은 일들 때문에 분노 등 감정을 한꺼번에 폭발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이번 사건이 100% 규명됐다고 보기엔 이르다.

박 할머니 변호인이 주장하는대로 ▷범행 동기 ▷농약 투입시기 ▷지문 ▷살충제 구입 시기·경로 등 논란을 일식시킬 수 있는 직접증거들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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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온화한 성격의 박 할머니가 70년 가까이 동고동락해온 할머니들에게 음독 살인을 벌였단 사실은 아직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다. 또 언제, 어디서 농약을 입수해 어느 시점에서 사이다에 탔는지도 여전히 밝혀지지 못한 지점이다. 거짓말탐지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박 할머니가 고령으로 진술의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증거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할머니 옷과 스쿠터에 묻은 농약은 다른 피의자가 고의로 묻혀놓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앞으로 검찰과 변호인은 이같은 쟁점들을 두고 배심원들의 눈높이를 맞춘 증거 공방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엔 대구지법 관할구역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 주민 중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참여하게 된다. 이르면 다음달 중으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