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예지 인턴기자]삼성그룹이 변화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카리스마 리더십’을 본받고 있지만 이재용 부회장만의 ‘실용주의’ 노선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로써는 보기드문 행보다.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삼성이 보유중인 전용기 매각 추진이다. 해외출장때 국가정상만큼 위용을 과시할 수 있었던 전용기를 없애겠다는 파격적인 발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보유 중인 전용기 3대를 대한항공에 매각하기로 했다. 협상은 마무리 단계에 있다. 항공 업계 고위 관계자는 10일 “삼성이 보유 중인 보잉 항공기 B737 2대와 캐나다 봉바르디에가 제작한 BD700 1대를 모두 대한항공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전용기 3대에 대한 가격 등 매각조건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B737이 대당 700억원대 중후반이고 BD700이 대당 600억원대 중반인 만큼 시장가격인 2000억원 이상에서 매매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전용기 운항을 맡은 조종사와 보수·유지 등 정비 인력 30여 명도 대한항공 측에서 계속 고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은 대한항공에 보유 중인 전용헬기 7대중 5대도 매각하기로 했다. 삼성이 보유한 헬기는 모두 7대인데 이 가운데 삼성병원 의료용 등으로 사용되는 EC-155기종 2대를 제외한 헬기 5대를 대한항공에 넘기기로 했다
삼성은 전용기나 전용헬기를 매각하는 이유나 배경에 대해선 뚜렷하게 밝힌 바는 없지만 재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용주의 경영스타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다. 국내외 경영환경이 불투명하고 삼성전자를 비롯 주요 계열사의 실적도 좋지 않은 만큼 당장 필요하지 않은 자산을 매각하는 취지라는 것.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주의 경영’ 스타일은 재계에서는 이미 유명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실질적인 사령탑을 맡으면서부터 철저하게 실용주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외 출장을 다닐 때 별도 수행원없이 직접 가방을 들고 다니며 긴급한 상황이 아닌이상 민간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도한 형식이나 불필요한 격식을 줄이고 있다.
앞서 지난5월 영국 로이터통신은 “이재용(46)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승계 과정에서 전략보다는 스타일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아버지 이건희(73) 회장의 ‘카리스마형 리더십’보다는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로이터는 삼성 고위 간부의 말을 인용해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차원에서 고객 미팅 중에는 ‘절대 전화를 받거나 전화기를 쳐다보지도 말라’는 지침을 그룹 전체에 내렸다”며 “이 부회장이 고객이 전화 통화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번 전용기 매각도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주의 리더십의 결과물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이 부회장의 행보는 삼성 기업문화를 실질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와 기업문화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도록 변화시키고 있다는게 재계의 공통된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