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ㆍ김기훈ㆍ박수진 기자]남북 고위급 접촉이 극적인 타결로 마무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25일 여야 정치권은 일제히 환영을 뜻을 밝혔다. 분단 이후 전례를 찾기 힘든 ‘무박(無泊) 4일’간의 협상이 향후 남북 관계 진전의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이산가족 상봉 등 6개항으로 구성된 합의 사항을 토대로 신뢰가 형성된다면 대북 제재 조치인 ‘5ㆍ24조치’ 해제 가능성을 거론하는 여권 관계자도 있었다. 특히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도는 이날 낭보가 전해진 점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고집이 북한의 핵심을 찔렀다”는 호평을 하기도 했다. 일부에선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다음 수순으로 전망했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겸하고 있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TBS라디오에 출연해 고위급 접촉 타결과 관련, “남북 대화에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합의문에 대해 “대통령께서 생각하는 목표치엔 근접했다”며 “당초 남북대화 자체가 목함지뢰 도발에 북한의 사과ㆍ재발방지 약속을 받는 게 목적이었고, 우리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겠다는 북한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다. 합의사항 추진을 위해 당국자 협의까지 하기로 했기 때문에 앞으로 남북간 진전을 반영하고 요구한 회담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북한이 지뢰도발에 대해 직접적인 사과가 아닌 유감 표명을 한 것과 관련, “북한이 지금까지 저지른 수많은 도발에 대해 주체를 명시하거나 유감을 표명한 건 과거 (1968년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사건인) 1ㆍ21 사건 이후 처음”이라며 “북한이 충실하게 합의한 걸로 보인다”며 “북측이 유감을 표명한 게 목함지뢰 도발을 야기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도발 이후 긴장관계를 대화로 푼 건 처음있는 일”이라며 “원칙없이 비정상적으로 진행됐던 남북관계가 원칙에 입각해 결론 맺은 건 굉장히 좋은 선례”라고 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선 “섣부른 추측을 하기보단 작은 부분부터 신뢰가 쌓여가면 결국 남북간 하지 못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정병국 의원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일촉즉발의 긴장상태였는데 합의를 통해 타결을 봤다는 건 엄청난 진전”이라며“대통령이 원칙을 고수하고 사과를 받고 재발방지 확답을 받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합의문에) 회담을 서울이나 평양에서 한다고 첫번째에 나왔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상당한 진전”이라고 했다.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엔 “진전시킬 수 있는 틀을 마련했다고 본다”고 풀이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평가도 호의적이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YTN인터뷰에서 “이번에 정말 잘 된 것 같다”며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풀리고 (5ㆍ24조치 등)남북에 여러가지 있었던 일을 성찰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날이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도는 시점임을 언급, “박근혜 정부에서 고집스럽게 대처해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의 발표문은 상당히 절묘한 일이었다”고 했다. 그는 “폐쇄적이고 제왕적인 (박 대통령의) 고집불통이 총체적 국정실패로 이어져 가고 있는데 북한에 관한 문제는 ‘말의 총알’이 무서울 정도로 체제 불안에 시달리는 북한의 핵심을 찌른 것이다. 해결의 실마리를 열어 놓은 건 잘한 것”이라고 호평했다.
새정치연합의 한반도평화안보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지원 의원도 KBS라디오에 출연해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남북 공히 윈-윈한 회담 성과였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합의 이행 전망과 관련, “북측은 우리와 협상의 대상, 통일의 대상”이라며 “북한의 특수성을 인정하면서 우리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껴안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청와대는 선을 긋고 있는 것과 관련, “청와대는 그럴 수밖에 없다”며 “그렇지만 이번 고위급회담이 정상회담에 준하는 회담을 한 것”이라며 “그래서 박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하실 거라고 예측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