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사이다’ 피해자 진술 vs 경찰 수사결과 ‘충돌’

[헤럴드경제]‘농약 사이다’ 사건 이후 두 번째로 의식을 회복한 민모(83ㆍ여)씨는 7일 “피의자 박모(82ㆍ여)씨가 사건당일 (내) 집에 놀러 온 사실이 맞다”고 밝혔다.

이는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 내용과 상충되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구미 순천향대병원에 입원 중인 민씨는 이날 며느리를 통해 연합뉴스에 “사건 당일 박씨가 집에 놀러왔고 바로 옆에 사는 이모(88ㆍ여)씨도 잠시 왔었다”고 전했다.

경찰이 지난달 27일 “이씨는 민씨 집에 들른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박씨가 이씨를 만났다고 진술한 것은 허위”라고 밝힌 종합수사 발표를 뒤집는 내용이다.

경찰 수사가 미흡했던 것은 당시 상황을 자세히 모르던 이씨의 가족들을 조사한데서 비롯됐다.

즉 중태에 빠진 민씨를 조사할 수 없자, 이씨 가족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이씨가 민씨 집에 간 적이 없다”는 진술을 들은 것이다.

이씨 가족들이 자세한 상황을 알지 못한데서 빚어진 일이다.

민씨는 또 “복숭아를 깎아 먹은 부분은 기억하지 못한다. 박씨가 놀러왔지만 함께 오랫동안 있지 않았다. 박씨가 먼저 나간 뒤 나도 마을회관으로 갔다”고 사건 당일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박씨는 가족과 변호인 등을 통해 “셋이서 TV를 보고 복숭아를 깎아 먹었다. 함께 놀다가 오후 2시께 민씨와 이씨가 마을회관으로 갔고, 나는 집에 들렀다 가마 가루를 물에 타 마신 후 마을회관으로 갔다”고 밝혔다.

또 “민씨가 마을회관 냉장고에서 사이다를 꺼내 ‘한잔 먹을래’라고 말했지만 거절했다”고 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 “박씨가 잠시 자신의 집에 들러 마 음료수를 마셨다는 점과 민씨가 사이다를 나눠 마시자고 말했다는 점 등은 피의자 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확인된 바 없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당시 민씨가 진술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전체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진술 일부가 바뀌었더라도 전체 수사 방향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피해 할머니 6명 중 의식을 회복한 할머니는 2명으로 늘어났다. 나머지 4명 중 2명은 숨지고, 2명은 위중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