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남북은 무박4일 43시간이란 사상 초유의 장시간 연속 접촉을 통해 마침내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북한군의 서부전선 포격도발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는 발생 6일만인 무박(無泊) 4일간 이어진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양측이 25일 새벽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아내면서 막을 내렸다.

피말렸던 협상...숨가빴던 6일 막전막후

20일 오후 최전방 서부전선인 경기도 연천 지역에서 남북한간 경고성 포격전이 벌어진 이래 남북간 긴장은 최고 수위로 치달았다.

포격 도발에 대응해 우리 군은 최고수준 경계태세를 발령했고, 전선지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병력을 전진배치했다.

북한군 총참모부에서는 22일 오후 5시까지 대북 심리전용 확성기를 철거하지 않으면 군사행동에 나서겠다는 최후통첩까지 나왔다.

우리 군은 북이 추가도발에 나설 경우 단호한 응징에 나서겠다고 맞받았고, 한미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기간 발생한 일련의 상황에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긴장에 휩싸였다.

그러나 북측은 다른 한편으로 대화 카드를 꺼내 보이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북한 대남업무를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비서는 21일 오후 4시께 본인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21일 혹은 22일 판문점에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1대 1 접촉을 갖자고 제의했다.

김 당 비서는 포격도발 당일에도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는 등 ‘화전양면’(和戰兩面) 전술을 썼다.

우리 측은 2시간뒤인 오후 6시께 김 당 비서 대신 북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 안보실장간 접촉을 제의하는 수정 통지문을 북측에 전달했다.

김 당 비서의 남측 카운터파트너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란 우리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북측은 김 당 비서가 남측 통일부 장관보다 위상이 높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북측은 22일 오전 9시 35분께 북측 대표로 황 총정치국장과 김 당 비서가, 남측 대표로 김 안보실장과 홍 장관이 참여하는 2대 2 고위당국자 접촉을 갖자며 재차 수정제의를 했고, 남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한반도 위기의 극적 돌파구가 마련됐다.

북측이 제시한 ‘최후통첩’ 시한보다 두 시간 앞선 22일 오후 6시 30분부터 양측은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무박 4일간 유례없는 밤샘 마라톤 협상을 진행했다.

첫날 접촉은 이튿날인 23일 오전 4시 15분까지 10시간 동안 진행됐고, 11시간 가량 정회한 남북 대표단은 같은날 오후 3시 반부터 25일 0시 55분까지 무려 33시간이 넘게 협상을 벌였다.

이 와중에도 북한에서는 잠수함 전력의 70% 규모에 달하는 50여척이 기지를 이탈해 수중으로 전개됐고,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 기지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한미연합군은 이에 맞서 B-52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 전개 시점을 협의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긴장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끝내 합의점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25일 오전 2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접촉 결과를 브리핑하며 남북 공동 합의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