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감이하 경력기준 완화…근속점수 기준 최고 3년단축 내년 승진심사부터 반영
앞으로 유능하다면 경찰도 나이와 서열에 상관없이 고속 승진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승진에 발목을 잡았던 경력 기준의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경찰에도 민간기업에서 통용되는 ‘탈(脫)서열·능력중심·무한경쟁’의 인사원칙이 도입되고 있는 셈이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경감 이하 계급의 경력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경찰공무원 승진임용 규정 일부개정령안’을 지난 15일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들은 다음달 4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친 뒤 내년 승진심사부터 반영될 예정이다.
계급별 근속 점수인 경력평정(評定)의 만점기준을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년을 단축시켰다.
경감은 기존 10년에서 9년으로, 경위는 10년에서 7년으로 줄였다. 경사는 6년6개월에서 5년6개월로, 경장과 순경은 각각 5년에서 3년 6개월로, 4년에서 3년으로 바꿨다.
특히 인사적체가 심한 경위는 기간을 3년이나 파격 단축시켰다. 이에 따라 경감 승진을 위해 그동안엔 10년을 꼬박 채워야 했다면 이젠 7년만 넘으면 어떤 인사 불이익도 받지 않게 된다.
경력평정 기준을 이같이 완화한다는 것은 결국 업무능력만 갖추고 있다면 연공서열 눈치나 선입선출 관행에 매여 굳이 한 계급에 오래 잔류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을 의미한다.
이는 강신명 경찰청장이 지난해 취임 후 능력 중심으로 인사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천명한 것과 괘를 같이 하고 있다. 강 청장은 작년 전국의 경감 이상 간부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연공서열식으로 획일적 근무평정을 한다면 인사제도 개선의 의미를 살리지 못하게 된다”며 “업무역량과 성실성, 조직관리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냉정하게 평가해달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도 이날 “나이가 어리고 근무연수가 짧더라도 일을 잘하면 빨리 승진하도록 하는 제도와 환경을 마련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찰관은 크게 시험과 심사 등 두 방법으로 승진한다. 시험과 승진이 ‘1 대 1’ 비율로 승진에 반영되는데, 이중 심사는 다시 근무평정과 경력평정으로 나뉜다. 승진심사에서 근무평정과 경력평정의 점수 비중은 각각 65%, 35%를 차지하고 있다.
함께 입법예고된 승진임용 시행규칙 개정안은 근무평정에서 1차 주관평정자(팀장급)의 배점을 현행 7.5점에서 10점으로 상향하고, 2차 평정자(과장급 이상)의 배점은 7.5점에서 5점으로 하향하는 내용도 담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승진대상자의 업무역량을 가장 잘 아는 직근 상급자의 평정 배점을 확대함으로써 보다 정확하고 공정한 평가여건을 조성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선안에는 공무상 질병·부상으로 인해 휴직한 경찰이라도 명예퇴직 또는 순직할 경우 특별승진을 허용하는 조항을 담았다. 그동안에는 휴직 중 명퇴를 결정하거나 순직하더라도 휴직 자체가 승진제한 요건으로 걸려 있어 특진의 길이 막혀 있었다.
서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