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국내 자동차회사가 개발중인 신형 자동차의 설계도면을 중국으로 유출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국내 한 완성차 업체의 자동차 설계도면을 유출해 중국 자동차 회사의 신차 개발 프로젝트에 사용한 혐의(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김모(34)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범행에 연루된 업체와 직원 등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온06시)국내 신차 설계도면 중국 유출 일당 검거…“피해액 700억 이상”

이번에 유출돼 중국회사의 자동차 개발에 사용된 도면은 자동차 30종의 외장과 차체, 엔진을 구동하는 무빙 파트 등의 3D 설계도면 200여건으로 현대차 측은 이로 인한 피해를 7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 신차 개발 업체 D사의 파견 직원인 김씨는 과거 10여년간 피해사 협력업체 A사에서 함께 근무했던 전 동료 백모(34)씨 등 9명으로터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피해업체의 신차 설계도면 등 영업비밀 130건을 취득해 중국 회사의 신차 개발 업무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가 몸담은 D사는 중국 자동차 회사의 공개입찰을 통해 발주사로 선정, 개발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책임지는 ‘턴키’방식으로 신차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이전에 A사에서 함께 근무했던 백씨 등 9명에게 접근해 이 업체의 설계도면을 유출해 달라고 부탁했다.

인간관계가 좋았던 옛 동료 김씨에게 백씨 등 9명은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사내 메신저와 개인 이메일 등을 이용해 설계 도면을 건넸다.

이들은 입사 당시 보안 유지 서약서를 작성하고 보안 교육도 꾸준히 받아왔지만 적발될 가능성이 미미하다고 생각했다.

또다른 유출자 곽모(53ㆍ구속)씨는 D사로부터 다시 하청을 받은 국내 설계용역업체의 대표이사로, 과거 피해사에 20여년 가까이 몸담았던 인물이다.

곽씨는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자신이 갖고 있던 피해사의 설계도면 70여건을 D사 전산망에 올려 공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D사에게 신차 개발 프로젝트를 맡긴 중국의 자동차회사는 중국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회사로, 이번에 유출돼 만들어진 도면을 바탕으로 신차 1대를 개발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피해사측은 이번에 유출돼 중국 회사의 신차 개발에 사용된 설계도면에 들어간 비용과, 이로인해 2014년~2017년까지 예상되는 영업손실 등을 합쳐 700억원 이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앞서 해외 산업기술 유출 정보를 수집하던 국정원은 첩보를 받아 경찰에 전달했고, 피해사 역시 자체 보안 감사를 통해 이들을 적발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자동차 신차 개발 업계에서 설계 도면 등 영업 비밀을 유출하는 행위가 관행적으로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badhoney@heraldcorp.com

사진=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산업기술유출수사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