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올들어 삼성그룹주 펀드의 고전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SDI, 삼성테크윈, 삼성전기 등의 실적이 부진한데다 미국 추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 환율 변동성 확대 등 대내외 악재로 좀처럼 수익률을 만회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증권사의 추천펀드에서 삼성그룹주 펀드 이름이 사라지는 수모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삼성그룹주 펀드가 대내외 악재로 연초부터 부진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이 부정적이지 않은 만큼 오히려 저점 투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부진의 늪 빠진 삼성그룹주 펀드=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상그룹주 펀드의 연초이후 수익률은 -5.96%로, 같은기간 코스피지수 변동률 -3.75%를 밑돈다. 기타 그룹주펀드 수익률 -3.78%에도 못 미친다.
삼성그룹주 펀드의 부진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그룹 계열사들의 실적부진에 따른 주가 하락이 큰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그룹주 펀드에서 가장 편입 비중이 큰 삼성전자의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8조원대를 기록했다. 삼성SDI는 4분기에 적자전환했다. 삼성테크윈, 삼성전기, 제일모직, 삼성엔지니어링 등도 실적이 부진하면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시장 수익률을 밑돌았던 삼성그룹주 펀드가 올해도 실적악화 등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증권사들이 삼성그룹주펀드를 추천펀드에서 잇따라 제외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가 박스권 하단…저점투자 기회=그러나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주펀드가 우리나라와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들로 구성된 만큼 중장기적인 전망은 나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2일 하루동안 58억원의 자금이 삼성그룹주펀드로 유입됐다. 지난해 관련 펀드 설정액이 9000억원 정도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김후정 동양증권 펀드 연구원은 “삼성그룹주펀드에는 삼성전자와 호텔신라 등 업종 대표주들이 많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기회복이 본격화하면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실적도 지난해보다는 부정적이지 않다”고 전망했다.
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지난해 뱅가드 이머징마켓 상장지수펀드(ETF)가 대거 한국 주식을 매도한 여파로 삼성그룹주 펀드의 수익이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올해는 낮아진 주가로 가격 메리트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분기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 주가가 역사적 박스권 하단에 있어 추가 하락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스마트폰 ‘갤럭시S5’에 대한 기대와 환율 안정 등 전분기보다 주변 여건이 나아지고 있어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이라는 인식에 무게가 실린다.
이세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3배 수준”이라며 “역사적 저점에 있어 추가 하락 리스크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가 박스권 하단까지 하락했는데 이는 펀드투자자들에게 저가 매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