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 정태일> 전세값 75주 오를동안 국회 뭐했나

최근 저녁자리에서 만난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마포ㆍ공덕지역에 전셋집을 알아보다 전세금에 혀를 내둘렀다고 했다.

그는 “내가 모시는 ‘선수’는 잠실 재건축아파트에서 월세 200만원 넘게 내고 사는데 별로 힘들어하지 않는 것 같다”며 “그래서 너도나도 배지 달려고 하나보다”고 푸념했다.

가까이서 보좌하는 사람이 느끼는 거리감이 이 정도인데 일반서민은 어떨까. 월세 200만원 주고 사는 사람이 외치는 민심에 월급 200만원 받는 사람이 얼마나 공감할지 의문이다.

서울 전세금이 75주 연속 상승했다. 부동산정보업체에서 제공하는 데이터지만 여야가 연일 되풀이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75주는 2012년 5월 30일 개회한 19대 국회 운영기간과 미묘하게 들어맞는다. 정확히 보면 19대 국회 운영기간이 77주로 2주 정도만 더 길다.

얼추 일치하는 이 기간 국회의원은 불어나는 전세 난민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일을 했을까. 놀랍게도 19대 국회 들어 통과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통과된 법안도 중소기업이 직원 주거용으로 임대주택을 제공할 경우에만 적용되는 제한적인 안전장치일 뿐이다.

반면 계류된 법안은 26개였다. 여기에는 최근 경고등이 켜진 깡통전세로부터 임차인을 보호하려는 법안과 불안정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임대차계약기간을 현행 2년에서 1년 더 연장하자는 법안이 담겨 있다.

전세물량을 터주기 위해 주택법이나 임대주택법을 개정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정작 공급물량을 해소할 수 있는 법안은 임대주택사업자가 토지를 임대해 공급하는 법안 한 건 정도였다.

국회가 75주간 전세대책이라고 한 일이 이 정도다. 2월 국회 들어 민주당은 전월세 상한제를 밀어붙이지만 새누리당은 가격 규제를 받아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추진 법안이 막힌 민주당도 새누리당의 리츠 활성화 법안에 허점이 많다고 맞서고 있다.

여야가 외치는 전세대책은 또다시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불행히도 국정원 선거개입 특검 같은 이슈에 밀려 전세법안이 ‘협상용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망령’마저 감지되고 있다.

정태일 소비자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