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장부’ 존재 여부 등 잘 알고 있을 가능성 成 다이어리도 추적…자료서 일부 물증 확보 ‘금고지기’ 韓부사장- ‘현금배달부’ 윤씨 주목 ‘입’ 열기만 하면 검찰 수사에도 가속도 예상
‘성완종 게이트’ 수사의 ‘키맨’들로 꼽히는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측근들에 대한 검찰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측근 인사들 상당수에 대해 출국금지하고 이번 주 안에 이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일 것으로 전해졌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은 성 전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그의 최측근 인사를 5~6명으로 압축하고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이 사용했던 여러 대의 휴대전화에서 통화내역 및 문자메시지를 복원한 결과와 휴대전화 송수신 위치 정보 등을 면밀하게 분석해 추려낸 인사들이다.
특별수사팀이 선별한 이들은 성 전 회장의 금품 제공 정황이 복기돼있다는 ‘비밀장부’의 존재 여부와 그 소재지 등을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성 전 회장이 2013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만난 사람과 시간ㆍ장소 등을 일지 형태로 꼼꼼히 적었다는 다이어리에 대해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성 전 회장 주변 인물들에 대한 관련 자료들을 검토 중인 검찰은 일부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들이 소환 조사에서 ‘입’을 열기만 하면 검찰 수사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별수사팀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인물은 성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금고지기’ 한 모(50) 경남기업 부사장이다.
경남기업의 250억원대 비자금 관리 내역이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확보한 검찰은 한 부사장을 불러 관련 내용을 확인할 예정이어서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한 부사장은 두 번째 검찰 조사를 앞두고 주변의 연락을 끊은 채 잠적한 상태다. 한 부사장의 아들은 15일 헤럴드경제에 “지난 주부터 자택에 들어오지 않고 연락도 안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부사장의 자택에는 현재 그의 부인과 아들만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검찰에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돼 한 차례 조사를 받았다. 당시 그는 성 전 회장의 지시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비자금 중 32억원을 인출했고 2011년 6월엔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전달할 현금 1억원을 윤모(52) 씨에게 건네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 배달부’ 윤 씨에 대해 검찰은 지난 12일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발신자 위치정보 분석을 통해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이틀 전에 윤 씨와 접촉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전 과거 금품을 전달했던 ‘배달부’들을 다시 만나 당시 정황을 물어보고 ‘비밀장부’에 복기했다는 주변 인사들의 증언과 연관이 있는 대목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경남기업 부사장을 지낸 윤 씨는 홍 지사 외에도 ‘친박계’ 인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 전 회장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해 그를 2010년 경남기업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때문에 검찰은 윤 씨가 홍 지사 외에도 2012년 대선자금 전달책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향후 소환조사 때 이 점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윤 씨에 대해 홍 지사는 15일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조사를 받아야 되겠지. 팩트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하면 나올 것”이라면서 “(윤 씨와)통화할 수 없다. 관계가 끊어진 지 오래됐다”고 선을 그었다.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인 이 모(43)씨도 검찰 수사의 ‘키맨’이다. 성 전 회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맡은 이 씨는 개인 일정에 모두 동행한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검찰은 이 씨가 성 전 회장의 정치권 금품 살포 의혹을 뒷받침할 결정적 단서를 확보할 통로로 보고 있다.
그 외에도 검찰은 박준호 전 경남기업 홍보담당 상무 등 성 전 회장의 ‘심복’ 2~3명을 더 소환할 방침이다. 성 전 회장의 비공식 개인 일정까지 챙겼던 측근 인사들로, 대부분 출국금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향후 재판에서도 검찰이 핵심 증인으로 세울 공산이 큰 인사들로 분류되고 있다.
강승연ㆍ양영경ㆍ장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