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현대차그룹의 철강기업인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가 합병하면서, 정몽구 현대차그룹의 숙원인 ‘자동차소재 전문 제철소’의 꿈에 한발 더 다가섰다. 그동안 큰 격차로 국내 철강업계 1위를 지켜오던 포스코도 이번 현대제철 합병으로 긴장의 끈을 조여매게 됐다.
현대제철은 8일 이사회를 열고 자동차강판가공 계열사인 현대하이스코를 흡수 합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다음달 28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7월1일까지 합병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합병 배경으로 “최근 자동차 개발 트렌드가 연비규제에 따른 경량화, 친환경으로 이동하고 있어 현대제철만의 가볍고 튼튼한 차세대 강종 개발이 필요하다”며 “하이스코 차량경량화 부문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강종 개발 예상된다”고 공시했다.
2013년말 현대하이스코의 자동차 강판 냉연 부문만 부분 합병했던 현대제철은 이제 해외스틸서비스센터(SSC)까지 흡수하면서 보다 안정적인 해외수급망을 확보하게 됐다.
그동안 현대제철은 고로->열연강판->냉연강판 등 철강 생산을 담당했고, 하이스코는 현대제철에서 냉연강판을 구입해 미국 중국 인도 등 9개국 13곳에 있는 SSC에서 강판을 가공해 현지 자동차 공장에 공급해왔다.
이번 합병으로 현대제철은 자동차 강판의 생산에서 가공, 유통까지 일원화한 셈이다. 자동차 강판만 팔았던 SSC도 후판이나 H형강 등으로 판매 범위를 넓히게 된다.
앞으로 현대제철은 차량경량화 부문 신소재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각오다. 경쟁사인 포스코는 트윕강, 트립강, DP강, CP강, 마그네슘강 등 신소재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합병과 동시에 그동안 현대하이스코가 맡아온 차량 경량화 제품(TWB, 하이드로 포밍, 핫스탬핑 등) 부문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현대제철은 자산 31조원, 매출 20조원 규모의 거대 철강사로 ‘퀀텀 점프’한다. 증권가는 현대제철의 세계 철강업계 순위가 2013년 20위에서 2016년 13위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철강업계 5위이자 국내 1위인 포스코의 지난해 매출은 29조2000억원이다.
증권업계에서도 합병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을 통해 거의 모든 강종을 생산하는 종합 철강회사가 되는데다 완성차, 건설, 조선 등 주요 수요 산업에 전속시장(captive market)을 보유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철강사가 탄생한 것”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