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다시 미국의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한국은 2016년 4월 이후 줄곧 대상국이었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6월 대상국에서 빠졌지만 이번에 재지정됐다. 대미 무역 수지와 경상수지 흑자가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한국의 환율과 경제 정책을 면밀히 들여다 보겠다는 뜻이다. 통상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시대를 앞두고 우리 경제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미국 재무부의 ‘주요 교역 대상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에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중국, 일본, 한국,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독일 등 7개국이다.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는 지난 6월에도 환율관찰 대상국이었다. 대미무역흑자와 경상수지흑자, 달러 순매수 등을 기준으로 2개가 해당되면 관찰대상국이 되는데 한국은 지난번엔 무역흑자만 해당됐지만 이번에는 경상수지 흑자도 추가됐다. 지난 6월말 기준 한국의 연간 경상수지 흑자는 GDP의 3.7%를 기록해 기준(3%)을 넘겼다.

문제는 대미무역흑자 폭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한국의 대미무역흑자는 전년도의 38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늘었다. 미국의 이런 조치가 무역 불균형 해소에 목적을 둔 만큼 압박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트럼프는 무역적자를 미국경제의 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 대해 더 강한 무역 정책을 요구하거나, 특정 산업에서 관세를 더 부과하는 등의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말이다. 고환율도 걱정거리다. 1400원선을 오르내리는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당국의 대응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원화 약세가 심화하면 시장불안과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서야 하지만 자칫 ‘환율 조작’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만 해도 ‘트럼프발 패닉셀’로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선을 뛰어 넘어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섰는데, 대응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수입 물가 상승으로 물가 불안과 내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좀 더 정교한 관리가 필요하다.

수출의존적 경제구조인 우리로선 피해가기 어려운 문제가 한 둘이 아니다. 수출이 늘어나도 마냥 좋을 수 없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상황에선 언제든 대외 요인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 신흥 시장과의 경제협력을 넓히고 해외 생산 기지 다변화가 불가피하다. 내수 확대를 통한 경상수지 불균형을 해소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한미 양국 경제의 상호의존성과 공급망 재편과정에서 한국의 특수성을 설득하는 외교적 노력은 필수다. 우리 경제를 보호하면서 미국과의 경제 갈등을 최소화할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