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에 ‘난장판’ 동덕여대 무단침입한 20대男…“청소하고 싶다”
동덕여대 설립자 조용각 전 이사장의 흉상이 오물로 범벅이 됐다. 박지영 기자.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반발한 학생들이 건물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동덕여자대학교 캠퍼스에 늦은 밤 20대 남성이 무단 침입했다가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다.

15일 서울 종암경찰서는 전날 오후 9시 30분께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에 몰래 들어 경비원과 시비를 벌인 20대 남성 A씨를 건조물침입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남녀공학 전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동덕여대에서 고(故) 조용각 전 이사장의 흉상이 계란, 케첩, 밀가루 등 오물로 더럽혀졌다는 관련 보도를 보고 흉상을 청소하겠다며 학교에 침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 측 60대 경비원이 A씨를 발견하고 제지하는 과정에서 시비가 붙어, A씨는 출동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 관계자는 "남성이 경비가 소홀한 후문을 통해 침입한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심야에 ‘난장판’ 동덕여대 무단침입한 20대男…“청소하고 싶다”
학교 정문에는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동덕여대 학생들이 설치한 근조화환 수십 개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박지영 기자.

한편 동덕여대에서는 지난 11일부터 닷새째 본관을 포함한 모든 건물을 학생들이 점거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학교 곳곳에는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 '공학 전환 결사반대', '동덕 주인 학생이다', '총장 사퇴' 등의 문구가 래커칠 돼 있고, 근조화환 수십 개가 줄지어 세워져 을씨년스러운 모습이다.

본관 앞에 설치된 고 조용각 전 이사장의 흉상은 케첩과 밀가루, 계란 등으로 훼손됐고, 항의의 의미로 벗어놓은 학과 점퍼(과잠)가 400여벌을 넘어서기도 했다.

총학생회 측은 "동덕인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공학 전환 논의 철회를 요구한다. (학교 측이) 졸속 논의로 학생들을 무시한 처사에 사과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야에 ‘난장판’ 동덕여대 무단침입한 20대男…“청소하고 싶다”
동덕여자대학교의 남녀공학 전환 추진 논의에 반발한 학생들이 12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본관에서 항의하며 건물 안쪽에서 문을 막고 서 있다. 학교 측은 남녀공학 전환에 대해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