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성기 기자] 영화 '비스티 보이즈' '소원' '터널' 등의 원작자인 소재원 작가가 노숙자 시절 친절을 배푼 은인을 찾는다는 글이 화제다.
13일 소재원 작가는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을 통해 '21년 전 노숙자 시절 은혜를 베풀어주신 은인을 찾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소 작가는 20여 년 전 노숙 시절, 서울역 근처 서점에서 있었던 일화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20여 년 전 노숙 시절 서울역 근처 서점에서 사흘째 책을 읽었다"며 "달리 갈 곳도 없었고, 역 보단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서점이 유일한 여가 장소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사흘째 되던 날 한 직원이 ‘냄새난다며 항의가 들어왔다, 나가달라’고 말했다. 순간 얼굴이 붉어지며 황급히 서점을 빠져나왔다"고 했다. 그때 '저기요'라며 서점의 다른 직원이 그를 불렀다.
소 작가는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며 "노숙자. 나는 예비 범죄자와 같은 낙인이 찍혀있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소 작가를 불러 세운 직원은 그에게 '이 책만 읽으시더라고요. 다 못 읽으셨죠. 제가 선물로 드릴게요'라고 말하며 책을 건넸다.
이에 소 작가는 "태생부터 가난으로 찌들었던 내가 선물을 받아본 적이 있었을까. 생일 때도 받아본 적 없는 선물이었다"며 "낯선이로부터 처음 받아보는 선물이 당황스러웠지만 거북하지 않았다. 눈물이 왈 쏟아졌다"고 했다.
그는 자신에게 책을 선물한 직원에게 감사하다는 말 대신 '나중에 제가 제 작품을 직접 선물로 드리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소 작가가 서점 직원에게 선물 받은 책은 소록도를 배경으로 한 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그 직원이) 내 약속을 믿고 있었는지 노숙인의 허언이라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에게 받은 친절을 매번 되새기며 버텨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이 선물한 책을 읽은 노숙자 청년이 어느새 기성 작가로 살아가고 있음을, 약자를 대변하는 작가라는 수식을 얻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라며 궁금해했다.
소 작가는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직원을 향해 "잘 지내시냐. 당신 덕에 괜찮은 작가가 됐다. 여전히 흔들리거나 힘겨움이 찾아올 때면 그때를 떠올린다"며 "내가 과연 당신께 선물로 드릴 수 있는 작품을 집필하고 있는지 언제나 생각하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이어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다"며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만나서 20년이 훌쩍 넘은 시간의 고마운 마음을 고백하고 싶다"고 밝혔다.
소 작가는 자신의 사연을 밝힌 게시물에 "사연과 일치하는 분이 계시거나, 알고 있는 분이 있으면 꼭 연락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소 작가는 영화 '비스티보이즈', '소원', '터널', '미스터 주', '공기살인', MBC '이별이 떠났다'의 원작, 각색, 극본을 맡으며 흥행을 이어온 베스트셀러 작가로 꼽힌다. 특히 '비스티보이즈'의 원작이자 그의 첫 소설인 '나는 텐프로였다'는 남성 접대부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소 작가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거쳐 노숙자 생활을 하고, 소설을 쓰기 위해 호스티스로 일했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2015년 2월 방송된 KBS 1TV '그대가 꽃'에서 "유명해지고 싶고, 소설가로서 알려지고 싶었다"며 "기성 작가에 비해 글 실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같은 소재를 멋있게 쓸 수 있는 재능도 없어서 없던 소재로 재밌게 써보자고 했고, 그게 호스트바였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