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사우디, 트럼프 당선 환영

나토·中·日 등 안보·경제 파장에 촉각

트럼프 귀환에 희비 갈린 세계 정상들[트럼프의 귀환]
제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집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이 현실화하면서 세계 각국 정상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는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으로 국제 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복귀가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1기와 정세가 크게 달라진 유럽과 중동의 정상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와 3년째 전쟁을 지속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며 우크라 지원을 지속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인상적인 선거 승리를 축하한다”고 밝혔다.

반면 블로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낼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말과 행동”을 볼 때까지 공식적인 평가를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국가에 대한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비우호적인’ 국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은 “푸틴은 트럼프의 복귀를 서방의 분열을 악용하고 우크라이나에서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의 단결을 압박하고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1기 당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중동의 정상들은 트럼프의 당선을 환영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트럼프 당선인에게 전화해 대선 승리를 축하했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대화는 따뜻하고 진솔했다”며 “양측은 이스라엘 안보를 위해 협력하기로 동의했고, 이란의 위협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오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확정되자 엑스에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귀환을 축하한다”며 “이스라엘과 미국 간 위대한 동맹에 대한 강력한 재약속”이라고 발빠르게 반응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도 트럼프와 통화했다. 사우디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왕세자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신이 보호하시기를 바라며 당선인의 지도력 아래 미국 국민이 발전하고 번영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1기 시절 대통령으로서 첫 외국 방문지로 사우디를 택했다. 그는 2018년 10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사우디영사관에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살해돼 비판이 거셌을 때도 사우디를 지지했다. 또 재임 시절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외교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아브라함 협정’을 중재하기도 했는데, 이를 사우디로 확장하는 데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는 바이든 행정부에 이어 대립각을 세울 전망이다. 중국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은 미국 내에서도 초당적으로 동의하는 사안이다.

2018년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2기 행정부에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선거 기간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트럼프의 당선을 마냥 나쁘게 보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역 불균형에 대한 트럼프의 불만과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안보 약속이 흔들리는 점 등 양면성으로 중국은 바이든 정부 하에서 악화됐던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수 있다. 미국과 대만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도 거론되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로 무장한 트럼프의 귀환으로 나토를 비롯한 미국의 세계 동맹은 향후 대미 관계를 유지하며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대비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게 됐다.

트럼프는 나토 회원국들에게 ‘무임승차’라고 비판하며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으로 인상하라던 자신의 요구가 변함 없음을 시사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엑스를 통해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내며 “그의 리더십은 우리 동맹을 강력하게 유지하는 데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일본에도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주일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큰 폭의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 아울러 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를 여러 차례 지적한 만큼, 자동차 같은 일본의 주력 수출품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