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인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미국 고립주의, 글로벌 자주국방 강화 추세로 이어져”
한화에어로, LIG넥스원 등 방산주 급등하기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끝나도 수주 영향 제한적
“주변 국가 간 긴장 관계 지속돼”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5일(현지시간) 진행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가운데 트럼프 정부의 고립주의 정책이 K-방산의 수주 릴레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부담을 느낀 동맹국들이 자주 국방 강화에 집중하면 K-방산의 수주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면서 안보 협력보다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에서 3%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나는 동맹국이 제 몫을 하도록 만들겠다”며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의 고립주의 노선은 무기 수요를 더욱 끌어 올릴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미국이 분담금을 지나치게 올릴 시 동맹국들이 안보 강화책으로 미국에 의존하는 대신 자국을 지킬 수 있는 전략자산을 더욱 구매하는 노선을 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정KPMG는 보고서를 통해 “자국 우선주의는 글로벌 자주국방 강화 추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된 국가들은 자체적인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방위비를 증액할 것이고, 이는 우리나라 기업의 방산 수출에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톡홀룸국제평화연구소(SIRI)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국방비는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트럼프 정부의 고립주의로 각국이 무기 구매를 늘린다면 국방비는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분석에 트럼프 후보자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온 6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7.04%), LIG넥스원(6.35%) 등 방산주가 급등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자 시절 내내 언급했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한 발언이 현실화 돼도 K-방산 수주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방산 전문가인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가 호언장담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혹여 전쟁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혹은 러시아와 주변 국가 간의 긴장 관계는 이어지는 만큼 자국을 지킬 무기에 대한 수요는 계속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우크라이나 국경에 인접해 있는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지난달 말 방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의 창원 사업장에 방문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에서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방산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한화는 2014년 K9 자주포 120여대를 폴란드에 수출한 후 2022년에 K9 212문과 천무 218대 등 총 8조200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 체결했다. 지난해에는 K9 152문과 천무 72대 등 5조6000억원 규모 2차 계약을 했다.
두다 대통령은 현대로템 공장에서 폴란드에 납품 중인 K2 전차 생산 공장을 둘러봤다. 현대로템은 2022년 폴란드와 K2 전차 180대에 대한 1차 실행계약을 체결, 현재까지 총 62대의 K2 전차를 현지에 출고했다. 현재는 폴란드와 820대 규모의 K2 전차 계약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많은 국가들이 자국 국방력과 안보를 스스로 강화하겠다는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수한 품질과 빠른 납기가 강점인 K-방산을 찾는 각국 수요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재집권으로 K-방산의 미국 진출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6월 발표한 ‘미국 대선 향방에 따른 방산 영향 및 대응 과제’ 보고서에서 “2017년 임기 첫해 당시 트럼프 정권은 국방비를 10% 인상한 바가 있다”며 “트럼프 후보가 다시 집권한다면 대대적인 국방비 지출 확대가 예상되고, 이는 국내 방산 기업에 미국 시장 진입 기회가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국내 방산 업체 중에선 LIG넥스원이 미국 시장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LIG넥스원은 유도로켓 비궁의 미국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7월 미국 하와이 해역에서 진행된 해외비교시험(FCT) 최종 시험 발사에서 비궁은 6발 모두 표적을 명중시켰다. 우수한 성능을 검증한 만큼 국방 예산이 확대되면 비궁의 미국 수출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의 미국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전직 한미연합사령관들은 1일 한화에어로스페스 창원 사업장에 방문하면서 “자주포 K9과 탄약운반차 K10은 미군에 반드시 필요한 전력”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FA-50을 앞세워 미국 시장 진출을 도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