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의료 대란 해소를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놓고 의료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야당의 협의체 참여가 불투명한 탓에 기존에 참여 뜻을 밝힌 의사 단체에서조차 협의체가 출범해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의료계는 우선 이달 7일 대국민담화·기자회견에서 나올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를 기다려 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최근에도 윤 대통령이 의료개혁 등 4대 개혁의 완수 의지를 밝힌 터라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모양새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소속 일부 의대 학장들은 오후 8시 온라인 임시 이사회를 열고 여야의정 협의체 등 현안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회의는 2시간가량 이어졌으나 뚜렷한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대 학장은 "앞으로 결론이 언제 날지도 알 수 없어서 협의체 시작부터가 지난하다고들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KAMC는 대한의학회와 함께 지난달 22일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해 전문가 단체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지난달 29일엔 KAMC가 참여의 선결 조건으로 내건 '각 대학의 의대생 자율적 승인'을 교육부가 받아들이고 KAMC도 곧바로 환영의 목소리를 내면서 협의체 출범 분위기가 더욱 무르익기도 했다.
그러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의정 갈등의 핵심인 전공의 단체의 불참을 이유로 참여를 망설이고, 다른 의사단체들도 참여 뜻을 밝히지 않고 있어 일단 여당 예고대로 오는 11일 '개문발차' 형식으로 출발하더라도 '반쪽' 협의체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날 KAMC 회의 참석자는 "(의료계에서) 누가 협의체에 들어가든 야당이 없는 상태에서 협의체를 출범하면 나중에 야당 측에서 태클을 걸 수도 있지 않겠나"라며 "적어도 협의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의견이 맞춰져야 하는데 그게 도저히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마저 발이 맞지 않는 상황에서 의료계는 7일에 있을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기자회견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KAMC 관계자는 "대통령이 회견에서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당일 대통령의 발언이 (사태 해결에) 절대 좋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는데, 발언 내용에 따라 다 뒤집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협의체 출범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복귀 움직임에도 큰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오는 15일 오전 10시 30분 총회를 열고 시국 문제 종결 방식, 향후 협회 행보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KAMC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의대생들의 내년 복귀 여부를 알 수가 없다"며 "학생들과 대화 창구가 막혔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휴학 의대생들이) 내년에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또 "사직한 전공의들 역시 내년 3월이면 입대해야 한다"며 "그들이 떠난 자리, 함께 고생했던 동료들을 두고서는 나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내년 병원 복귀 움직임도 일부 나오고 있다.
한 의사 단체의 관계자는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지만, 대전협의 행보에 의문을 품고 내년 복귀하겠다고 말하는 전공의들이 있다"고 전했다.